일가족 3명이 숨진 ‘불광동 미성아파트’ 화재의 원인은 전기합선이라는 경찰의 1차 감식결과가 나왔다.

30일 오전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합동 정밀감식을 벌인 서울 은평경찰서는 “집 내부 주방과 안방에서 전기 합선 흔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방화(放火)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관계자는 “145.2㎡(약 44평)규모의 집 내부의 주방, 거실, 방 4개를 살펴본 결과 불을 붙일만한 도구는 발견 되지 않았다”며 “전선 등 현장에서 발견한 수거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의뢰, 정확한 발화지점과 화재원인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오전 경찰 과학수사 요원들이 화재 현장인 서울 불광동 미성아파트에서 현장 감식을 벌이고 있다

경찰, 소방관, 한국전력 관계자 등 20여명으로 구성된 합동 감식반은 불이 난 이 아파트 14층 내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숨진 일가족 3명은 질식, 화상 등으로 인한 '전형적인 화재사'라는 국과수 부검결과도 이날 나왔다. 국과수는 김모(91)씨, 김씨의 아들인 구모(64)씨, 며느리 나모(63)씨를 부검한 결과 "일가족 3명의 시신에서 연기흡인 흔적, 팔·다리 화상이 발견됐다"면서 "외부압력으로 인한 상처, 골절, 목졸림 흔적은 없었다"는 소견을 밝혔다.

구씨 등 3명은 지난 28일 오후 7시7분쯤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15층짜리 아파트 14층 자택에서 난 불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돼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구씨의 30대 초반 아들은 당시 외출 중이어서 사고를 면했다.

미성아파트 화재 현장의 모습

구씨의 이웃은 “서울 은평구에서 아웃도어 매장을 운영하던 부부는 최근 백화점 입점을 앞두고 있었다”며 “부부 금슬이 너무나 좋았고, 집안이 경제적으로도 어렵지 않았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10개동에 1340가구가 살고 있는 미성아파트는 30년(1988년 준공) 된 노후 아파트로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 또 아파트 층마다 놓여 있는 소화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소방차 호스를 14층까지 끌어오면서 진화(鎭火)에 애를 먹었다.

은평소방서 관계자는 “화재가 난 아파트는 소화전 배관 스위치가 ‘수동’에 놓여 있어서 중앙 펌프가 작동하지 않아 모든 아파트 배관이 비어있었다”고 말했다. 소화전을 잠근 것은 소방법 위반이다.

경찰은 아파트 내부 CCTV를 분석하고, 관리소장 등을 불러 아파트의 전반적인 소방시설 관리 실태를 파악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