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록의 음악 기획사들이 '음악은 보는 게 아니라 듣는 것'이란 절대 명제를 다시 내걸고 나섰다. 얼굴과 나이를 보지 않고 노래로만 '블라인드 오디션'을 치러 신인 뮤지션을 뽑겠다는 것이다.
오는 31일부터 '블라인드 뮤지션( blindmusician.co.kr )' 홈페이지를 통해 신인들의 노래를 공모할 기획사들은 동아기획과 신촌뮤직, 뮤직디자인 3곳. 동아기획은 이소라·들국화·신촌블루스·김현철을, 신촌뮤직은 박효신·박화요비·양파를 발굴한 곳이다. 뮤직디자인은 델리스파이스와 김경호가 데뷔한 기획사다. 모두 1980~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중추 역할을 했던 '음악 사관학교'였다.
세 기획사는 신인 공모에서 외모나 나이, 경력을 보지 않고 오로지 '녹음된 목소리'만 받는다. 심사위원들이 음악성만으로 이들을 평가해 최종 1인으로 뽑은 우승자만이 게릴라 콘서트를 통한 얼굴 공개와 함께 뮤직디자인에서 음원을 발매할 기회를 얻는다. 동아기획과 신촌뮤직도 참가자 중 잠재력을 가진 사람을 발굴해 제작할 계획이다. 신인 발굴 전 과정은 영상으로 촬영돼 BJ 창현의 유튜브와 페이스북 '20대 뭐하지' 페이지에 올라간다.
이번 오디션을 기획한 사람은 뮤직디자인의 서민규(29) 대표. 아버지 서희덕(66)씨에 이어 기획사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엔 지나치게 이상적인 발상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실력이 있어도 발휘할 곳을 찾지 못하는 뮤지션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동아기획 김영(70) 사장과 병상에 있는 신촌뮤직 장고웅(73) 사장도 흔쾌히 함께했다.
김영 사장은 IMF 외환 위기 이후 댄스 음악 광풍이 불면서 음악이 '듣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레코드점에서 우연히 들국화 멤버들을 만나 발굴했던 그는 "죽기 전 제대로 소리 낼 줄 아는 사람을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다"며 "꾸준히 이런 시도를 하다 보면 '듣는 음악'이 주목받는 시대가 다시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