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보〉(1~27)=현 시점 국제 바둑계에서 인지도가 가장 높은 기사 2명을 꼽는다면 아마도 중국 커제(柯潔)와 일본 이야마(井山裕太)가 아닐까. 한국 박정환은 기력은 출중하지만 국제무대 실적 면에선 커제에게 뒤지고, 자국 내 바둑계 지분(持分) 등 스타파워 측면에선 이야마에게 못 미친다. 중·일 두 나라를 대표하는 두 거물이 결승행 길목에서 딱 맞닥뜨렸다. 올해 LG배 최고의 카드로 주목받은 이 바둑은 지난해 11월 도쿄에서 열렸다.
세계 1인자로 대접받는 커제의 백번(白番)은 특히 강력하기로 유명하다. 상대의 막강한 카리스마에 맞선 이야마의 첫 점은 우상귀 화점. 4까지의 초반 포석이 흥미롭다. 우칭위안(吳淸源)· 사카다(坂田榮男)·조치훈 등 일본 바둑계 주역들이 꽃 피웠던 양 삼삼을 커제가, 중국 기사들이 처음 들고나와 '중국식'이라 명명된 1, 3, 5를 이야마가 들고나온 것.
삼삼에 이어 8의 붙임 역시 알파고류다. 커제는 누구보다 충실한 '알파고 신도'로 불린다. 이야마가 13으로 내리뻗는 수를 택해 19까지의 정석이 완성됐다. 20에 21은 드문 응수. 참고도의 진행을 기대한 건대 커제는 26까지 변신했다. 27의 큰 곳을 차지하자 기풍대로 백의 실리, 흑의 세력으로 골격이 형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