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일새 압수수색 두번 당한 다스… 경계심 속 적막

검찰이 압수수색을 한 이튿날인 26일 새벽 경북 경주시 외동읍 다스 본사

지난 25일 오후 5시20분쯤 울산역에서 택시를 타고 50여분만에 도착한 경북 경주시 외동읍 구어리 ㈜다스 본사. 회사 입구는 정복을 입은 경비원 2명이 번갈아 나와서 주변을 살폈다. 10분쯤 뒤 화물트럭이 들어서자 경비원이 한참을 확인하고서야 바리케이트를 열어줬다.

담장 밖에서 들여다 보니 회사 마당엔 ‘자동차 시트분야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 DAS’라고 적힌 화물차가 군데군데 서 있을 뿐 사람 한명 보이지 않았다. 공장 안쪽에서 ‘윙~’하는 기계 소리만 들렸다. 이내 해가 지고 어두워졌다.

2시간쯤 지났을까. 회사를 빠져나오는 40대 중반의 남자 직원 한명을 만났다. 기자라고 했더니 “이 추운데 뭘 취재한다고...”하면서 가던 길을 계속 갔다. 따라가며 “압수수색은 끝났느냐”고 물으니 “관심없다. 처음도 아니고… (압수수색) 나온 것도 뉴스보고 알았다”고 퉁명스럽게 답했다. 이날 회사에는 이른 아침부터 검사와 수사관들이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하고 있었다.

직원들 "한 두번 하는 것도 아니고"
연매출 2조 넘고, 직원만 4100명
"경주서 다들 오고싶어하는 회사"

다스는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동부지검에 꾸려진 전담수사팀은 다스의 비자금 120억원 의혹을 수사 중이고, 서울중앙지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가 투자자문회사인 BBK에 투자했던 140억원을 되돌려받는데 압력을 넣은 혐의를 수사중이다. 검찰 수사의 핵심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 회사의 실소유주인가를 밝히는 것이다.

이 회사는 압수수색만 3번 당했다. 이달 들어서만 벌써 두번째다. 지난 11일 서울동부지검 전담수사팀에 이어 서울중앙지검에서 또 나왔다. 10년 전 2008년 이맘때는 BBK특검에서 2차례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면서 임의제출 형식으로 회사 자료를 몽땅 가져갔고, 2012년 내곡동 사저 특검때는 본사와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이자 대주주인 이상은씨 집 등이 압수수색을 당했다.

“우리 직원들은 이제 면역이 생겨서 별로 놀라지도 않습니다. 검찰이니, 국세청이니 수시로 나와서 들쑤시니… 관리직 직원들이나 좀 바쁘겠지요. 우리 같은 생산직들이야 뭐. 월급만 잘 나오면 되니까요.”

회사 정문에서 만난 직원의 차를 얻어타고 10분 거리에 있는 편의점까지 동행했다. 그는 다스 안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직원이라고 했다. 그는 “안그래도 자동차 업계가 어려워서 걱정”이라며 “다스는 현대차 납품 물량이 대부분인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때문에 중국이 난리치는 바람에 물량이 확 줄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거기다가 정권 바뀌고 계속 MB, MB하니까 더 불안하다”고 했다.

다스는 1987년 ‘대부기공㈜’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경주 본사는 부지 1만여평에 생산라인 3000여평 규모로 자동차 시트 및 시트작동 부품을 만들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형 이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의 부인 권영미씨가 최대주주이고, 2009년부터 서울메트로 사장, 코레일 사장 등을 지낸 강경호씨가 대표로 있다. 지난 2003년 이름을 ‘다스’로 바꿨고, 설립 1년 뒤부터 현대자동차에 납품을 시작해 1999년 충남 아산에 제조공장을 세우고 서울사무소, 기흥연구소를 열었고, 미국, 중국, 인도, 체코 등지에 해외사업소도 냈다. 연매출은 2003년 2300억원에서 매년 늘어 2016년 현재 2조1200억원에 이르고, 직원 수도 4100여명에 달한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실시된 25일 자정쯤 다스 본사에서 퇴근하는 직원들을 태운 통근버스가 나오고 있다

이날 회사는 자정이 돼서야 기계 소리가 멈췄다. 대형버스와 승용차 수십대가 쏟아져 나왔다. 대중교통이 없는 외딴 곳에 있어서 거의 다스 직원이나 협력업체 직원 대부분이 개인 차량이나 통근차량으로 출퇴근한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이 재임할 때는 밤새도록 공장이 돌아갔다고 직원들은 전했다.

전직 직원들 "MB 오면 전날 대청소"
협력업체 "기술력보다 MB 힘으로 커"
"직원 대부분 30·40대 가장인데…"

25·26일 이틀 동안 전·현직 다스 직원들 두루 접촉해 ‘다스 이야기’를 들었다. 직원들은 최근 검찰 수사 상황에 대해 “또 저러다가 말겠지” 하는 쪽과 “이번엔 뭔가 밝혀질 것 같다”는 쪽으로 나뉜다고 했다. 그러나 양쪽 모두 “누가 주인인지 밝히려다가 멀쩡한 회사가 망가질까봐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10년 넘게 근무 중이라는 50대 직원은 “다스는 경주에서 다니고 싶은 기업 1, 2위 안에 든다. 신입사원 연봉이 4000만원은 될 거다”라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거래하는 협력업체들도 서로 우리 회사 일을 받으려고 안간힘을 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 이모(38)씨는 “최근 또 수사를 받는다고 하니까 가족들도, 거래처 직원들도 ‘괜찮냐’고 물어오곤 한다”며 “직원들끼리 서로 대화도 하지 않고, 사기가 떨어진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30·40대 가장들인데 회사가 문이라도 닫거나 하면 큰 일 아니냐”고 했다.

한 협력업체 직원 김모(47)씨는 “지금까지 여기서 직원들이 피부로 직접 느끼는 불이익은 없지만 업계가 어려워지면서 다스의 발주 물량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협력업체 직원은 “솔직히 다스가 기술력보다는 경영진의 영업력으로 성장한 기업이라고 생각한다”며 “몇 해 전 폴크스바겐 사람들이 다스를 찾아왔다가 거래가 무산된 적이 있는데, 이때도 주변에선 ‘기술력보다는 현대와 기아 등에 대한 영업력 덕에 회사가 먹고산다’고 수근대기도 했다”고 했다.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제기돼 다스 본사에 취재진이 몰려든 모습

“오래된 일이지만 (이 전 대통령이) 1년에 서너 번씩은 다녀갔어요. 그것도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인 새벽 시간대였고, 항상 오기 전날엔 전 직원이 동원돼 회사 마당이나 공장내부를 청소했었지요..”

설립 초기 이 회사에서 10여년 일했다는 퇴직사원(58)이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과 서울시장을 하던 시기다. “근무하는 동안 직접 본 것은 대여섯번쯤 된다. 다녀갔다는 이야기도 수 차례 들었다”는 그는 “이 전 대통령은 과장급 이상이 참석하는 조출회의(오전 6시30분쯤 열리는 회의)를 할 때쯤 회사를 찾았고, 주로 트레이닝 복 등 편한 복장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냥 공장을 한번씩 둘러보고는 갔다”고 했다.

2006년까지 다스에서 일했다는 정모(58)씨는 “(이 전 대통령이) 올 때마다 당시 사장과 간부들은 브리핑을 하듯 따라다니며 사업 현황을 설명하는 모습을 봤다”며 “직접 회사를 방문해 직원들에게 자신의 저서 ‘신화가 없다’를 나눠준 적도 있다”고 했다.

다스 노조 간부를 지냈다는 박모(55)씨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다스는 특별한 대접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다른 1차 밴드회사들과 달리 제품불량 등으로 크레임이 걸려도 쉽게 해결됐고, 바쁠 때는 현대에서 직접 차량을 보내 제품을 실어가기도 했다”면서 “직원들은 늘 ‘MB 힘이 대단하긴 대단하구나’하는 말을 자주 했다”고 전했다.

"형이 실제 기업활동 다 해" 증언도
경주 업계 "정치 보복 해도 너무해"
"다스는 MB 소유? 이젠 모르겠다"

업계의 목소리는 불만과 불안이 섞여 있었다. 경주의 한 자동차부품업체 대표 이모(67)씨는 “이름도 형(이상은씨)으로 돼 있고, 대외적인 기업활동도 형이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만큼 수사하고 뒤졌는데도 사실로 확인된 건 하나도 없지 않냐”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권이 바뀌었으니 뭐라도 문제를 만들지 않겠나 싶다”면서 “업계에 불똥이 튈까봐 불안하다”고 했다.

전직 경주상공회의소 간부는 “기업들이 어떻게 먹고 살수 있을지는 안중에도 없고 그저 정치적인 보복만 하는 것 같다 화가 난다”며 “다스 같은 기업이 경주에 몇 개나 될 것 같으냐”고 말했다.

26일 오전 전화로 연결된 다스 직원에게 “다스는 누구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다들 MB 거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제 진짜 모르겠다”며 “사실이 아니라도 맞는 것으로 만들지 않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