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개봉한 영화 '국가대표'는 인기도 없고 열악한 국내 스키점프 환경에서 불굴의 의지로 꿈을 이뤄낸 젊은이들의 이야기다.
19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 스키점프에 한국 선수로는 처음 출전한 최흥철(37), 최서우(36), 김현기(35), 강칠구(34)가 이 영화의 실제 모델들이다.
2016년 5월 은퇴 후 대표팀 코치를 맡고 있는 막내 강칠구를 뺀 삼총사는 다음 달 개막하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벌써 6번째 올림픽이다.
1994년 릴레함메르부터 2014년 소치까지 6회 연속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빙상의 이규혁(40·은퇴)과 같이 한국선수 최다 올림픽 출전이다.이들은 1991년 무주리조트의 초등학생 대상 스키점프 꿈나무 모집을 통해 처음 점프대에 올랐다. 열악한 시설과 부족한 훈련비용, 비인기종목의 설움 등 악조건에서도 묵묵하게 목표를 향해 뛰었다.
30대 중반이 된 이들이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올림픽에서 깜짝 놀랄만한 성적을 거두거나 입상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들의 올림픽 최고 성적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대회에서 거둔 단체전 8위다. 올림픽 설상 종목 사상 첫 10위권 진입이다.
하지만 동계스포츠, 특히 스키점프 불모지나 다름없는 곳에서 올림픽 6회 참가가 보여주는 꾸준함과 진득함은 메시지가 대단하다.이들의 땀과 눈물은 스키점프의 씨앗이 됐다.
이번 올림픽에 처음 출전하는 여자 스키점프 국가대표 1호 박규림(19·상지대관령고)은 서울 풍성초 5학년 때인 2010년 영화 '국가대표'를 보고 스키점프의 매력에 빠졌다.친구의 소개로 스키점프 캠프에 참가해 전문 선수가 되기로 결심, 강원도 평창도암중에 입학했다.
박규림은 체중 관리 때문에 좋아하는 통닭 등 고기류를 마음대로 먹지 못한다. 저녁도 거르는 날이 많다. 하지만 바람이 많이 불지 않는 날에는 어김없이 점프대에 올랐다. 스키점프는 안전상 이유로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바람이 심하게 불거나 돌풍이 있을 경우 훈련을 금지한다.
평창에서 보여줄 그녀의 비행에 쏠리는 관심은 높기만 하다. 박규림은 지난해 12월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컵 5차 대회 여자 노멀힐에서 총점 190.3점을 받아 국제대회에서 처음으로 3위에 올랐다.
올림픽 스키점프에선 노멀힐 남자 개인, 라지힐 남자 개인, 남자단체전, 노멀힐 여자 개인 등 총 4개 종목이 열린다.
2014년 소치에서 남자 노멀힐과 라지힐 2관왕에 오른 카밀 스토흐(31·폴란드), 세계랭킹 2위 리하르트 프라이타크(27·독일) 등이 유력한 남자 우승 후보다.
여자부에선 월드컵 통산 53승을 자랑하는 다카나시 사라(22·일본)가 강력한 금메달 후보다.여자 스키점프가 처음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소치에서 4위로 입상하지 못한 다카나시는 평창에서 대관식을 열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그러나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 5차례 우승을 차지한 랭킹 1위 마렌 룬드비(24·노르웨이)의 페이스가 좋아 금메달을 낙관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