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방송을 시작한 유승호·채수빈 주연의 MBC 로봇 드라마 '로봇이 아니야'가 시청률 3%대로 고전(苦戰)하다 오늘 종영한다. 영국·미국에서 제작된 로봇 드라마 '휴먼스' '블랙미러' '웨스트월드' 등이 흥행에 성공해 시즌제로 제작되는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드라마들이 인공지능이라는 소재만 차용해 로맨스물로 만든 탓에 유치하기만 할 뿐 신선함이 없어 시청자 이목을 끄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한다.

MBC 드라마‘로봇이 아니야’. 로봇이라는 소재를 한국식 로맨스로 풀어내 시청률은 3%대에 그쳤다.

MBC '로봇이 아니야'는 금융 재벌 김민규(유승호)가 로봇 아지3(채수빈)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여기 (네 마음속에) 나만의 방을 만들 거야. 누구도 열어주지 마. 나만 들어갈 수 있으니까. 내가 널 길들일 거니까…." 주인공 유승호가 로봇에게 던지는 대사에 시청자 게시판과 소셜 미디어에는 "소재는 신선한데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참 유치하다" "재벌과 사랑에 빠지는 설정은 달라진 게 없고 여주인공이 '신데렐라'에서 '로봇'으로만 바뀌었다"는 반응이 올라왔다. 지난해 만들어진 6부작 웹 드라마 '아이엠'도 안드로이드 로봇 애니(정채연)가 차은우(박선우)에게 고백을 하며 마무리된다. 김공숙 드라마 평론가는 "최근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로봇 드라마는 인간과 기계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소재만 차용해 아쉽다"고 말했다.

해외 로봇 드라마들의 서사는 우리나라의 'AI 로맨스'와는 완전히 다르다.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로봇의 이야기를 그리며 이를 대하는 인간의 자세에 대한 고민을 철학적으로 풀어낸다. 2011년 12월부터 방영된 영국 드라마 '블랙미러'는 인간 존엄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내용으로 시즌 4까지 방영됐다.

2015년 영국에서 방영된 드라마 '휴먼스'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휴머노이드가 인간 삶 곳곳에 들어온 미래를 그린다. 가정부로 일하는 로봇 아니타가 자신의 역할을 대체해 가는 것을 보고 엄마 로라는 질투를 느낀다. 드라마는 인간과 기계의 차이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휴먼스는 올해 시즌 3 제작을 앞두고 있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에선 로봇을 소재로 한 AI 로맨스물 두 편이 또 편성될 예정이다. 서강준·공승연 주연의 '너도 인간이니'는 올봄 KBS에서 방영된다. 이 드라마는 재벌 3세 아들이 혼수상태에 빠지자 인공지능 분야 박사인 엄마가 아들과 똑같이 만든 로봇 남신Ⅲ(서강준)를 세상에 내보내는 이야기다. 이 로봇은 여자 경호원 강소봉(공승연)과 사랑에 빠진다. '사임당, 빛의 일기'를 연출했던 윤상호 감독의 '사랑은 사람처럼'도 상반기 방영 예정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탑재된 두뇌를 이식한 의사(윤현민)와 여자 주인공 공준희(윤은혜)의 사랑 이야기. 신인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는 "중요한 건 소재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담는 메시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