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에서 유죄로 바뀐 조 전 수석
전임자의 진술 번복이 결정적?
靑 캐비닛 문건도 영향 미친 듯

1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던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6개월만에 다시 구치소에 수감되는 처지가 됐다. 전임 수석이었던 박준우 전 정무수석의 법정 진술이 바뀐 것이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23일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조 전 수석은 23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예산 지원 배제 등을 목적으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한 혐의(직권남용) 등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조 전 수석이 블랙리스트 운용에 직접 가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그가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블랙리스트를) 본 적도 없다“고 증언한 것은 거짓이기 때문에 징역 1역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구속돼 있던 조 전 수석은 작년 7월 풀려났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은 180도 다르게 진행됐다. 박준우 전 정무수석이 증인으로 출석해 당초 진술을 번복하면서부터다. 그는 조 전 수석의 전임자로 블랙리스트 관련 업무를 인수인계한 인물이다.

박 전 수석은 작년 5월 조 전 수석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조 전 수석을 만났지만, 민간단체 보조금 특별팀(TF)에 대해 설명했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반년 뒤인 작년 11월 항소심 재판에 다시 증인으로 나와 “조 전 수석에게 ‘좌파단체 지원 배제는 정무수석실 담당’이라고 알려줬다”며 “1심 때 증언은 거짓이며, 조 전 수석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증언해 준 것이다”라고 했다.

통상 진술이 번복되면 그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하지만, 검찰의 추가 증거 등이 보태지면서 조 전 수석의 혐의는 유죄 쪽으로 기울었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가 발견한 박근혜 정부 시절 ‘캐비닛 문건’을 증거로 제출했다. 이 캐비닛 문건에는 조 전 수석이 정무수석으로 일한 2014년~2015년 영화 다이빙벨 상영 차단 등에 관여한 내용 등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수석이 말을 뒤집은 데는 검찰 수사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검찰은 작년 10월 박 전 수석을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다.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보수단체 자금 지원을 위해 대기업들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서였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이 또 다른 수사로 압박해오자 박 전 수석이 법정 증언을 변경해줬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날 “박준우 전 정무수석과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진술과 관련 증거를 종합해 보면 피고인 조윤선의 지시나 승인 없이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 문화예술 기금 등을 지원배제한 혐의에 공모한 책임이 인정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