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활비 범위 제한하고 구체적 세목 신설해 투명성 강화
특수성 인정해 '비공개 감사'…감사결과는 국회에 보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지난 1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법안을 무더기로 발의했다. 집권여당 대표가 현안과 관련된 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국정원 특활비 청와대 상납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제도 개선 의지를 분명히 하는 동시에 국정을 여당이 주도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추 대표가 국정원 특활비 투명성 강화를 위한 국가재정법, 국정원법, 감사원법, 국회법, 예산회계에 관한 특례법 등 5개 법률 개정안을 지난 18일 한꺼번에 발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새해 들어 추 대표의 첫 대표발의 법안이다.

추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새해를 맞아 새로운 대한민국 개혁 원년을 선포하고자 한다”며 “국가 권력기관에 대한 대대적 개혁을 필두로 사회 각 분야에 만연한 관행과 적폐, 부정부패를 일소하는 데 힘을 모아나갈 것”이라고 했다. ‘국가 권력기관에 대한 대대적 개혁’의 첫 신호탄으로 국정원 특활비를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우선 추 대표는 국가재정법을 개정해 특수활동비의 범위를 ‘국가 안보를 위해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수집 및 사건 수사 등 국정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 제한하기로 했다. 국정원 예산에도 국가재정법의 대원칙인 예산의 투명성을 요구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국가재정법과 국정원법 등의 개정을 통해 현재 총액으로 편성되고 있는 특활비를 사건수사비, 안보활동비, 정보수집비 등으로 용도를 나눠 편성토록 했다. 지금까지 국정원 특활비 예산은 일반 예산 절차와 달리 세부 내역과 구체적인 증빙 서류 없이 요구할 수 있어 본래의 목적 외에 악용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활비는 앞으로 구체적인 세목으로 나뉘어 예산이 편성된다. 집행 내역이 정확히 기재되고 이에 대한 증빙 자료도 갖춰야 한다.

또 개정안은 정부가 특활비의 편성 및 집행 내역을 국회에 제출해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게 했다. 구체적으로 정부로 하여금 특활비의 편성 내역을 회계연도 120일 전까지, 집행 내역을 다음 연도 5월 31일까지 국회에 제출하도록 규정했다. 국회에서는 비공개로 결산을 하게 된다.

아울러 추 대표는 감사원법을 개정해 감사원이 국정원에 대해서도 감사를 실시할 수 있게 하되, 국정원 고유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해 감사원 내부 또는 외부의 공무원을 지정해 비공개로 감사를 시행하게 했다. 감사 결과는 ‘지체 없이 대통령과 국회 정보위원회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보고’하게 해 국정원에 대한 통제와 감독을 강화했다. 지금까지 국정원의 회계검사와 직무감찰은 감사원이 아닌 국정원이 스스로 해 왔다.

추 대표는 “최근 국정원의 특활비 상납 의혹이 제기되는 등 특활비가 본래의 목적 외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특활비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국민들은 국민의 세금을 영수증 없이 ‘묻지마 사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이 시대적 요구”라면서 “국민의 혈세인 특활비는 오직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해서만 사용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개정안 발의에는 추 대표는 물론 여야 의원 91명(감사원법은 89명)이 함께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특히 법안에는 민주당 이해찬, 문희상 등 중진의원들은 물론 우원식 원내대표와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홍익표 정책위 수석부의장, 박주민 정책위 부의장 등 지도부가 대부분 서명했다. 또 국민의당 정동영, 조배숙, 신용현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도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려 향후 논의 과정에 상당한 힘이 실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