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김태년 의원이 22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순천 잡월드를 문제 삼지 말라”는 내용의 쪽지를 건네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의 실세로 손꼽히는 김 의원이 본인 지역구(경기 성남시수정구)도 아닌 고향 사업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쪽지를 받은 김영주 장관 역시 민주당 현역 의원이다. 현 정부에선 정치인 출신 장관이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중기벤처부 등 주요 부처에 포진하고 있다. 정권 출범 이후 수차례 당정 협의를 가져온 민주당과 정부가 지역구나 고향 관련 각종 민원에 관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악수를 하고 있다.

이날 오전 민주당은 국회의원회관에서 정부와 ‘국민생명지키기 3대 프로젝트’ 당정협의를 열고 자살, 교통사고, 산재 사고를 2022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 자리엔 민주당에서 우원식 원내대표와 김 정책위의장,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한정애·기동민·권칠승 의원 등이 참석했고 정부에선 김영주 고용부 장관, 김현미 국토부 장관,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자리 했다.

당정협의 시작에 앞서 김 정책위의장이 김영주 장관에게 쪽지를 건네는 장면이 한 언론사에 포착됐다. 쪽지에는 “순천 잡월드 문제 삼지 말아주세요. 김태년 사업”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와 관련해 김 정책위의장은 기자와 만나 “이미 확정된 사업이다. 잘 좀 진행해 달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개별사업을 언급하는 건 부적절하지 않냐는 질문엔 “왜 부적절하죠”라고 반문했다.

순천은 김 의장의 고향이다. 잡월드 사업은 전남 순천시에 호남권 첫번째 직업체험센터를 짓는 사업이다. 국비를 포함해 총사업비 500여억원을 들여 해룡면 일원 2만8000㎡에 연면적 1만5000㎡,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건설해 2018년 12월 개관할 예정이다. 진로 설계관, 사이버·가상 직업체험관 등 70여개 전시·체험관이 조성되고 학생들이 지역특화사업을 체험할 수 있다.

이 사업은 지난 7일 고용노동부 산하 고용노동행정개혁위가 조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사업이기도 하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는 적폐청산위원회 성격의 기구로 작년 11월 출범했다. 광주광역시와 전남 순천시가 유치에 나섰던 잡월드 입지가 2016년 순천으로 결정된 것에 외압이 있었는지 살피겠다는 것이다. 당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지역구인 순천으로 결정되자 광주시는 반발했다.

순천 잡월드는 위치 선정을 두고도 잡음이 있었다. 당초 순천시는 해룡면에 잡월드를 건립하겠다고 했는데, 일부 시의원들이 접근성 등을 고려해 위치를 순천만국가정원 근처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해룡면에 건립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