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가 20일(현지시각) 0시 1분 ‘일시 폐쇄(shutdown·셧다운)’ 상태에 돌입한 가운데, 미 상원이 이날 정오(낮 12시)에 다시 모이기로 했다.

4주짜리 임시예산안은 19일 밤 10시 상원에서 표결에 부쳐졌으나, 상원 통과를 위한 60표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 찬성표는 50표(공화 45, 민주 5)에 그쳤다.

상원 공화·민주당이 19일 자정까지 임시예산안 합의에 실패하면서 미 연방정부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3년 10월 이후 4년 4개월 만에 셧다운에 돌입했다. CNN은 “이번 셧다운은 의회와 백악관을 같은 당(공화당)이 잡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첫 사례로, (공교롭게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주년 기념일에 연방정부가 폐쇄됐다”고 전했다.

상원 지도부는 연방정부의 문을 다시 열기 위해 협상을 계속할 예정이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민주당 지도부 모두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주말에 해법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미치 매코널(왼쪽)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2018년 1월 19일 워싱턴 DC 의사당을 빠져나가고 있다.

백악관은 정부 예산이 복구될 때까지 양당이 대립하는 핵심 사안인 이민에 대해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불법 입국한 부모를 따라 미국에 들어온 불법 체류 청년 약 70만명이 추방되면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체류자 추방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5일 ‘드리머스(Dreamers)’로 불리는 불법 체류 청년의 추방을 유예하는 다카(DACA) 프로그램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임시예산안이 상원에서 부결된 후 성명을 내고 “상원 민주당 의원들이 국가안보와 군인 가족, 취약한 어린이들, 미국의 행정 기능보다 정치를 우선시했다. 우리는 민주당이 무모한 요구사항을 두고 미국의 합법적 국민을 인질로 붙잡고 있는 한 불법 이민자의 지위를 협상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이 군대와 긴급 구조원에게 급여를 줘야 우리는 이민개혁 협상에 다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이번 셧다운을 ‘슈머 셧다운(Schumer Shutdown·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에게 셧다운의 책임을 묻는 표현)’이라고 부르며 민주당에 연방정부 폐쇄의 책임을 돌렸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지금 민주당 대표(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민법 절충안을 내놓지도 않았다. 그가 이민법안도 준비하지 않았는데 왜 미국민이 정부 폐쇄로 고통받아야 하냐”고 했다.

공화당 소속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상원 민주당 의원들은 미국의 군대와 아이들, 모든 미국민을 실망시켰다. 이 모든 것이 일어나지 않아도 됐을 일이다. 무모하다. 민주당 의원들이 미국을 셧다운에 몰아넣었다”고 했다.

척 슈머(왼쪽)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톰 카퍼 민주당 상원의원이 2018년 1월 19일 워싱턴 DC 의사당을 들어서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번 셧다운을 ‘트럼프 셧다운(Trump Shutdown)’이라고 부르며 트럼프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말고 책임질 사람이 누가 있냐”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 돌입 2시간쯤 전 트위터에 “(지금 상황은) 미국의 위대한 군대나 매우 위험한 남쪽 국경의 안전과 안보를 위해 좋아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은 감세안의 위대한 성공을 약화시키기 위해 셧다운을 원하고 있다”는 글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 돌입 후에는 공식 발언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