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 웹툰작가

일주일에 두 번 체육관에서 운동한 지 1년이 넘었다. 만화가라는 직업 특성상 밤낮없이 의자에만 앉아 있다 보니 살도 찌고 허리도 안 좋아져서 시작한 운동인데, 꾸준히 해왔다는 것만으로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지난해 건강의 위기를 느낀 선배 만화가의 경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정 시간을 달려 어느덧 누적 거리 600㎞를 돌파했다고 한다. 뜨거운 여름이든 살 에이는 겨울이든 일주일에 한 번 꼭 모여 공을 차는 만화가들도 있다. 각자 직업병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만화가가 되려면 일단 치질 수술이 통과 의례"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만큼 한 번 의자에 앉으면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직업이니까.

만화 '슬램덩크' 저자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만화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체력이다. 체력이 없어지면 바로 그림에서 나타나고 몸이 아프면 작품에 집중할 수 없어서 디테일이 떨어진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대부분 그림 그리는 시간으로 일주일을 꽉 채운다. 친구들에게 가장 자주 들은 말도 "오늘도 마감이냐?"는 볼멘소리였다.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곧바로 휴재(休載)로 이어지고, 잦은 휴재는 독자의 실망을 사고, 인기 순위 하락으로 이어진다. 참고로 웹툰의 경우 인기 순위가 내려가기는 쉽지만 반등하는 것은 로또 당첨만큼 어렵다는 말이 있다.

요즘 나는 주 2회 운동 외에 특별히 약속이 생기면 집에서 3~4㎞ 정도 지점에서 만나는 편이다. 일단 30분 이상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걷기 만큼 좋은 운동도 없지만, 걷다 보면 뇌가 자극을 받는지 작품 아이디어도 꽤 쏠쏠하게 나온다. 건강과 아이디어를 동시에 잡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 아닌가? 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지금쯤 나사(NASA)에서 우주선을 만들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