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2차례 영장 기각 후 불구속 결론
"정부 통해 기업 압박, 후원금 받아내"
한국e스포츠협회 사유화… 자금 횡령도
수석 때는 기재부 눌러 "예산 깎지마라"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롯데홈쇼핑 등으로부터 수억원대의 뇌물을 받고 한국e스포츠협회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18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이날 뇌물과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적용해 전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한국e스포츠협회를 통해 이권을 챙기려 한 의혹을 받는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지난해 12월 13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도 의왕 서울 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전 전 수석은 19대 국회의원이던 지난 2013년 비서관 윤모씨와 공모해 GS홈쇼핑으로부터 대표이사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한 것을 철회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그해 말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한국e스포츠협회에 1억 5000만원을 후원하게 한 혐의(제3자 뇌물)를 받고 있다. 또 롯데홈쇼핑과 KT 등으로부터 부정한 청탁과 함께 각각 3억원과 1억원을 e스포츠협회에 내도록 한 혐의도 있다.

전 전 수석은 또 롯데홈쇼핑으로부터는 500만원 상당의 기프트카드와 680만원 상당의 숙박 향응을 직접 제공받아 검찰은 전 전 수석에게 단순뇌물 혐의도 포함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 전 수석은 롯데 측에서 받은 기프트카드를 가족들이 사용한 부분만 인정하고 나머지 혐의는 모두 부인하고 있다”고 했다.

전 전 수석은 당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으로 홈쇼핑 업체들의 현안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검찰은 “홈쇼핑 업체의 경우 국회의원이 기업 현안에 대한 문제 제기 뿐만 아니라 인허가 부처에 무리한 자료 제출 등을 요구하면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전 전 수석은 이런 수법으로 기업을 압박해 후원을 받아냈다”고 했다.

검찰은 조사 결과 전 전 수석이 e스포츠협회를 사유화했다고 봤다. 전 전 수석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자신과 아내의 해외 출장비, 의원실 직원의 허위 급여 등으로 e스포츠협회 자금 1억5000만원 가량을 쓴 혐의(횡령)도 적용했다.

특히 전 전 수석은 작년 7월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있을 때 기획재정부에 압력을 행사해 e스포츠협회에 예산 20억원을 배정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도 받고 있다. 검찰은 기재부 관계자 등의 조사에서 “전 전 수석이 연락이 와서 ‘(예산을) 한 푼도 깎지마라’고 압박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전 전 수석은 2014년말 e스포츠 방송업체 대표로부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선거 때 불법정치자금 현금 2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전 전 수석은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억울하고 무리한 기소”라며 “법정에서 결백을 입증해내겠다”고 밝혀왔다.

한편, 검찰은 전 전 수석에게 방송재승인에 대한 문제 제기를 중단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한국e스포츠협회에 3억원, 기프트카드 등을 전달한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대표도 이날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