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 '행위자-관찰자 편향(actor-observer bias)'이라는 개념이 있다. 자신이 한 행동의 이유는 주로 외부 환경에서 찾고, 다른 사람 행동은 내면에서 이유를 찾는다는 것이다. 내가 횡단보도에서 빨간불에 건널 땐 "다니는 차도 없고 남에게 위험하지도 않아서"라고 한다. 그러나 남이 하면 "준법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는 식이다. 이렇게 자기 합리화를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로 살 수 없기 때문에 뇌 스스로 갖춘 일종의 방어기제라고 한다.

▶'내로남불'이란 말을 처음 쓴 사람은 '명(名)대변인'으로 이름 날렸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다. 1996년 총선 직후 여소야대 상황에서 여당(신한국당)이 야당 의원들을 영입하자 야당(새정치국민회의)이 맹공격했다. 박 의원은 "95년에 국민회의가 민주당에서 의원 빼 간 것부터 따져보자"며 "내가 바람피우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인가"라며 받아쳤다.

▶어느 정권이나 내로남불이 있지만 이 정권은 정도가 심하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어제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비롯한 SNS상에서 가짜 뉴스와 인신공격,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며 "준비된 듯한 댓글 조작단이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악의적 프로세스도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익명의 그늘에 숨어 대통령을 (문)재앙과 (문)죄인으로 부르고, 그 지지자들을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로 농락하고 있다"고도 했다.

▶최근 포털 사이트와 소셜미디어를 인신공격과 욕설판으로 만든 중심에는 이른바 '문빠'들이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작년 당 대선 후보 경선 때 문재인 후보를 비판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이들은 안 지사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고 "당에서 기어나가라"며 막말 폭탄을 퍼부었다. 의견이 다르면 같은 당 의원들도 예외 없이 공격 대상이 됐다. 당시 문 후보는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이라고 했다가, 반발이 일자 "유감"을 표명했다. '재앙' '죄인' 정도 표현은 양반이다. 그들은 전직 대통령을 쥐나 닭으로 표현한다.

▶최근 인터넷에서 집권 세력이 몰리게 된 건 남북 단일팀, 부동산, 비트코인, 영어 교육 등에서 저지른 잇따른 실책 때문이다. 포털 댓글 여론이 자기들 편일 땐 가만있다가 겨우 며칠 비판했다고 못 참아 발끈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며칠 전 기자회견에서 '문빠' 행태를 문제 삼는 질문에 "담담하게 여기고 너무 예민할 필요 없다"고 했다. 추 대표가 들어야 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