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기업 실적 기대감에 사상 처음으로 2만6000선(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을 넘기는 등 순항했으나 막판에 상승 동력을 잃고 결국 하락 마감했다. 미국 연방정부 폐쇄 가능성, 중국과의 무역분쟁 우려 등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이 ‘팔자’로 돌아섰다.

1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보다 0.04%(10.33포인트) 하락한 2만5792.86에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한때 2만6086.12까지 올라 장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1월 4일 2만5000 고지를 돌파한 이후 불과 12거래일 만에 1000포인트나 더 오른 것이다. 그러나 상승 흐름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하고 2500 후반대로 후퇴했다.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전날보다 0.35%(9.82포인트) 내린 2776.42에 장을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 역시 0.51%(37.37포인트) 떨어진 7223.69에 마감했다. 두 지수 모두 한때 각각 2807.54, 7330.33까지 올라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다우지수와 마찬가지로 장 후반부에 상승세가 꺾였다.

시작은 순탄한 듯했다. JP모간체이스가 법인세율 인하로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2017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등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35%였던 법인세율을 올해부터 21%로 인하했다.

씨티그룹 주가도 양호한 실적 발표에 힘입어 올랐다. 퍼스트 스탠다드 파이낸셜의 피터 카르딜로 수석마켓이코노미스트는 미 CNBC를 통해 “실적의 질적 개선과 긍정적인 시장 전망이 지수를 더 끌어올릴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밖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골드만삭스, 머크, 존슨앤드존슨(J&J), 애브비, 바이오젠, 퀄컴,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스(AMAT), 램리서치 등도 강세를 나타내며 지수 상승에 힘을 보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계정 캡처

하지만 정치권이 갈 길 바쁜 시장의 발목을 붙잡았다. 미 의회는 이달 19일까지 예산안 협상을 마무리해야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을 면할 수 있다. 그러나 여야 협상 분위기가 악화돼 협상 기한을 넘길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만약 셧다운이 현실화되면 2013년 10월 이후 약 4년 3개월 만의 일이 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해 ‘거지소굴(shithole)’이라고 표현한 게 여야 대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 공식 계정을 통해 민주당이 불법 체류자 구제를 골자로 하는 이민법 타결을 볼모로 예산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일괄 사면과 국경 치안을 가지고 정부를 셧다운하려고 한다”며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 최대 패배자는 우리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로 하고 있는 군사력 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을 통해 “중국과의 무역적자가 심화되고 있어 실망스럽다”고 언급한 점도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 참여자들은 미국의 대중국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본다”며 “무역분쟁 우려가 높아진 점도 지수 하락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키움증권 제공

유럽 증시는 영국을 제외한 유로존 국가들이 일제히 상승 마감하며 희비가 교차됐다. 유로약세가 지수 상승을 도왔다. 독일 DAX30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4% 상승한 1만3246.33에 장을 마쳤고, 프랑스 CAC40지수는 전날보다 0.1% 오른 5513.82에 거래를 마감했다. 파운드화를 쓰는 영국 FTSE100지수는 0.2% 떨어진 7755.93을 기록했다.

연일 강세를 보이던 국제 유가는 6거래일 만에 조정을 받았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2월물 가격은 배럴당 0.57달러(0.9%) 떨어진 63.73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2월물도 1.11달러(1.6%) 하락한 69.15달러에 마감했다.

금값은 소폭 올랐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물 금값은 전거래일보다 온스당 2.20달러(0.2%) 오른 1337.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 약세가 2018년에도 이어지면서 금값이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