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가 먼저 말씀드릴 게 없습니다. 바로 (회의)하겠습니다."

문재인〈사진〉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수보) 회의에서 모두(冒頭)발언을 생략했다. 월요일마다 열리는 청와대 수보 회의는 대통령 발언으로 시작되고 언론은 그 내용에 집중하게 마련이다. 그 주(週) 대통령과 청와대가 역점을 두는 현안이 무엇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날은 문 대통령이 한두 마디만 하고 곧바로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회의를 취재하러 온) 기자단이 (대통령이) 말씀을 안 하시니까 서운한 것 같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회색 정장에 넥타이를 매지 않은 차림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앞서 청와대는 "오늘 수보 회의 주제는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참여 확대, 여성 고위 공직자 비율 증가 등 정부 혁신 추진 방안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날 수보 회의가 끝난 뒤에도 별도 브리핑도 갖지 않았다.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지 않고, 청와대도 회의 내용을 브리핑하지 않는 이례적 상황 두 가지가 겹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모두발언이 생략된 이유로 "가상 화폐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28일 정부가 내놓은 (거래 실명제, 거래소 폐쇄 검토 등) 대책과 관련이 있다"며 "(가상 화폐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면 정부 대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가상 화폐 광풍(狂風)에 대해 청와대가 거리를 두는 상황이라 문 대통령이 말을 아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에도 모두발언을 건너뛰고 곧바로 수보 회의를 주재한 적이 있다. 취임 초기 문 대통령이 회의나 각종 행사에서 국내외 거의 모든 현안에 대해 메시지를 내놓자 국회에서 "만기친람(萬機親覽)"이란 지적이 나오고 청와대 내부에서도 "과하다"는 의견이 있던 때였다.

한편,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서울 강남 부동산 급등 문제에 대해 "청와대 수석실과 관련 부처에서 부동산 움직임이 이 정도 되면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전체적인 그림이 있을 것"이라며 "부동산 가격이 그때그때 조금 오른다고 바로 추가 대책을 일기 쓰듯이 발표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부동산 문제에 대해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