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8시쯤 중국 해경 선박 3척이 기관포까지 탑재하고 일본과 영토분쟁 중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우오쓰리지마(魚釣島) 북쪽 39~42㎞ 지점에 나타났다. 일본이 자국 접속수역(영토 반경 45㎞)이라고 주장하는 해역이다. 접속수역은 영해(영토 반경 22㎞) 바로 바깥에 있다. 영해와 달리 항해는 자유지만, 통제권은 일본에 있다. NHK 등에 따르면 일본 해상보안본부 순시선이 즉각 대응 출동해 "일본 영해에 접근하지 마라"고 경고했다. 중국 해경 함정은 되레 센카쿠 열도 쪽으로 더욱 바짝 다가와 오전 10시 13분 일본이 영해로 주장하는 해역에 진입했다. 이들은 1시간 30분쯤 일본 순시선과 대치하다가, 오전 11시 45분~정오에 차례로 빠져나갔다.

도쿄는 격분했다. 스가 요시히데(管義偉) 관방장관은 "센카쿠 열도는 일본 고유 영토"라며 "중국의 행동은 극히 유감"이라고 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곳은 (일본이 강제점거 중인) 중국 영토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받아쳤다.

이 지역 중국의 무력시위는 새해 들어서만 세 번째다. 중국은 지난 7일에도 센카쿠 열도의 일본이 주장하는 영해에 해경 함정을 보냈고, 10일에는 크루즈 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핵잠수함과 프리깃함을 일본 접속수역에 보내 해상 자위대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였다.

당시 일본 해상자위대는 미군에게 "중국 잠수함이 항구를 떠나 센카쿠 쪽으로 향했다"는 정보를 받고 경계하다가, 센카쿠 열도 미야코지마(宮古島) 인근에서 중국 잠수함을 확인하고 따라붙었다. 그러자 공해상에 있던 중국 프리깃함도 일본 접속수역에 들어와 자국 잠수함을 경호하기 시작했다. 중국 잠수함과 프리깃함은 일본 호위함과 하루 반 동안 추격전을 벌이다 11일 공해상으로 빠져나갔다. 오성홍기를 단 중국 잠수함이 수면을 가르며 떠오르는 사진이 일본 언론을 도배했다. 아사히신문은 "중국이 (반복적인 무력 과시를 통해) 작전 능력과 작전 해역 광역화를 주일 미군과 일본에 보여주려 한다"고 썼다.

중국은 작년부터 노골적으로 한국과 일본 쪽을 향한 군사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작년 1월에는 중국 폭격기가 쓰시마섬 남쪽을 지나 동해까지 날아와 중국 해군 함정과 군사 훈련을 벌였다. 중국이 평소 주일 미군과 해상자위대가 단골로 합동 훈련하는 코스로 자국 폭격기와 함정을 보내 '만약의 경우 중국이 일본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분석이다. 작년 8월과 12월에는 일본 중부 기이(紀伊) 반도 앞바다와 시마네(島根)현 앞바다에 각각 폭격기를 날려보냈다. 한국 외교 소식통은 "단순히 '중·일이 갈등을 빚고 있다'고 볼 게 아니라, 중국이 동중국해·남중국해를 넘어 장차 인도양·태평양까지 세력을 뻗치기 위해 일본·한국·필리핀 등에 다각적으로 힘을 과시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중국은 실제로 지난달 18일 한국 이어도 서남방에서 쓰시마섬 주변까지 H-6 전략폭격기와 Su-30 전투기 등 군용기 5대를 날려보냈다. 이들은 사전 통보 없이 3시간 넘게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과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을 비행한 뒤 자국 영공으로 돌아갔다. 지난달 30일 중국 국영 CCTV가 남중국해 인공섬에 있는 공군기지를 공개해,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필리핀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중국이 최근 수년간 방글라데시·파키스탄·태국 등에 잇달아 잠수함을 수출한 것도 인도양을 '중국의 바다'로 만들려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단순히 잠수함만 수출하는 게 아니라, 중국 잠수함이 기항할 수 있는 항구도 만들어 장차 중국 해군의 거점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