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4일 국가정보원 대공 수사를 경찰에 넘기겠다고 발표했다. 많은 전문가와 수사 경험자들이 "대공수사 기능이 약화된다"고 우려해 왔지만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대북·해외 정보 수집만 하게 된다. 이 역시 국회에서 법이 통과될지는 알 수 없다. 국정원의 간첩 수사가 잘못되거나 조작된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진짜 간첩을 잡고 막은 사례가 더 많다. 일부의 잘못을 갖고 전체를 없애는 과잉은 반드시 화를 부른다.

간첩 수사와 정보는 한 몸과 같다. 한 몸통을 두 기관이 나눠 맡는다는 것이 얼마나 효율적일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이 정보를 제공해도 수사기관이 판단을 달리해 정보가 사장될 수도 있다. 반대로 설익은 정보로 수사를 망칠 수도 있다. 두 기관 간에 분쟁이 벌어지기도 할 것이다. 간첩 수사는 길게는 10년간 공을 들여야 하는 노하우의 문제다. 그 노하우가 쌓여 있는 국정원을 두고 다른 기관에 수사권을 넘기는 것도 불안하다. 현 국정원장조차도 "현재 대공 수사를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국정원"이라고 했다. 새 조직이 국정원만큼 실력 쌓고 정보를 축적하려면 몇년, 몇십 년이 걸릴지 모른다. 수많은 시행착오도 겪을 것이다. 지금은 북핵 위기가 정점에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이 6·25 이후 최악의 위기라고 했다. 북한 정찰총국 등 대남 공작기구는 공작망과 공작원을 대폭 증원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정원과 공안기관 고위직을 지낸 사람들도 "휴민트(북한 사람들을 통한 정보 수집) 기능이 약화된다", "북한에 대남 공작 고속도로 깔아주는 일"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날 청와대 발표에는 '간첩을 더 잘 잡을 수 있게 된다'는 주장이 한마디도 없었다. 오로지 국정원 힘 빼는 것만 생각할 뿐 대공 수사력에는 관심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