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판을 청소하는 운동.'

한국에서 첫 컬링(Curling) 대회가 열린 1996년 1월, 컬링 앞엔 이런 수식어가 붙었다. 얼음판에 돌덩어리를 굴리고 빗자루질을 하는 '이상한 놀이' 정도로 취급받던 시절이었다. 우리에겐 아직도 낯선 스포츠, 컬링의 경기 방식은 이렇다. 우선 한 팀 4명의 선수가 무게 19.96㎏인 스톤(컬링에서 투구하는 돌)을 가로 5m, 세로 45m의 얼음판에서 1인당 2회씩 총 8번 미끄러뜨린다. 양 팀이 이렇게 번갈아 투구하는 걸 '1엔드(End·야구의 이닝과 비슷한 개념)'라고 한다. 경기는 10엔드로 열리며 스톤을 지름 3.66m의 하우스(표적판) 중앙에 누가 더 가깝게 붙이는지를 겨룬다. 점수 계산법은 단순하다. 상대 스톤보다 하우스 중앙에 가까이 놓인 스톤 수가 점수가 된다. 승부는 모든 엔드가 끝난 뒤 총점수로 가리게 된다.

‘빙판의 체스’ 컬링에선 수십 가지 전략이 실시간으로 맞부딪치는 치열한 두뇌 싸움을 볼 수 있다. 지난 4일 충북 진천선수촌 빙상장에서 스톤을 사이에 둔 여자 컬링 대표 선수들. 왼쪽부터 김선영, 김은정, 김영미.

◇38분간 '신의 한 수' 짜내기

농구나 배구에선 경기가 잘 안 풀리면 감독이 타임아웃을 요청하고 작전 타임을 갖는다. '빙판의 체스'로 불릴 만큼 전략 싸움이 중요한 컬링도 마찬가지다. 38분의 작전타임(thinking time)이 주어진다. 양 팀 작전 시간을 합하면 전체 경기 시간(약 3시간)의 3분의 1이나 된다. 그만큼 컬링에선 전략이 중요하다.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 주장 김은정(28)은 "경기 도중엔 상대의 전략에 따라 우리 전략도 수십 번 바뀐다. 38분 작전 타임 동안 신속하게 '신의 한 수'를 생각해 내야 이길 수 있다"고 했다.

◇빗자루질이 승부 가르는 종목

컬링의 묘미는 스톤을 단순히 직선 방향으로 밀어서 상대 스톤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브러시로 부지런히 빙판을 닦아 스톤의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는 데 있다. 컬링 빙판은 스피드스케이팅처럼 매끈한 것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얼음 알갱이(페블·pebble·자갈이라는 의미)가 붙어 있어 우둘투둘하다. 결국 컬링에선 '페블을 어떻게 닦아내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선수들이 빗자루로 페블을 깎아내면, 스톤은 더 빠르게 미끄러지거나 그 방향으로 휘어 하우스 중심에 더 가깝게 위치할 수 있다. 그래서 선수들이 가장 자주 외치는 말 중 하나는 "헐"이다. '허리(Hurry)'를 줄인 말로, 빨리 비질을 하라는 뜻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영어권인 캐나다 등 외국 선수들도 '헐'이라고 외친다.

◇후공(後攻) 때 다득점 노려야

컬링에선 선공(先攻)보다 '후공(後攻)'이 절대 유리하다. 마지막 스톤으로 하우스 안의 상대 스톤을 쳐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 엔드에서 점수를 딴 팀은 다음 엔드에서는 선공을 하게 된다. 팀 득점을 결정짓는 마지막 샷은 주장 격인 스킵(skip)이 맡는다. 컬링에서 투구 순서는 리드(lead)·세컨드(second)·서드(third)·스킵의 순이며, 스킵은 투구할 때를 제외하고는 하우스 부근에서 작전 지시를 전담한다. 리드·세컨드·서드가 돌아가면서 얼음판을 닦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