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봅슬레이 2인승 대표인 원윤종(33)·서영우(27)는 지난달 초부터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하루 8번씩 트랙 주행 훈련을 하고 있다. 썰매 트랙 바로 옆 알펜시아 리조트에 임시 숙소를 마련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들은 요즘 월드컵 시리즈에 참가하고 있어야 한다. 두 사람이 실전 경험을 포기하고 갑작스럽게 귀국한 이유는 '은둔 훈련'을 위해서다. 외국의 여러 트랙을 전전하며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보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경기장에 더욱 적응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본 것이다. 월드컵 랭킹에 따라 개최국 자격 이외에 추가로 한 장 더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봤던 올림픽 출전권마저 사실상 포기했다. 원윤종·서영우에 '올인'한 셈이다.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탄다

썰매 종목의 경우 개최국 선수들이 해당 올림픽 트랙에서 훨씬 더 많은 주행 연습을 할 수 있다. 외국 선수가 평창에서 40~50번 연습 주행을 한다면 한국 선수들은 그보다 열 배 많은 기회를 얻는다. 코스 구석구석을 수백 번 달리면서 트랙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변수를 사전에 점검하고 제어 방법을 찾는다. 확실한 '홈 어드밴티지'이다. 원윤종·서영우는 작년에 평창 슬라이딩센터가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350번 정도 주행 경험을 쌓았다고 한다. 평창 트랙을 몸으로 외워버리겠다는 각오다.

다리가 후들거릴 만큼… 하루 8번씩 달려나간다 - 하루 8번씩 이렇게 맹렬히 달려나간다.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은 올림픽 트랙을 몸으로 ‘암기’하기 위해 올 시즌 국제대회를 포기한 채 평창에서 주행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사진은 원윤종(오른쪽 앞)·서영우가 트랙에서 스타트 훈련을 하는 모습. 파일럿인 원윤종이 선두에서 레버를 잡고, 브레이크맨 서영우가 뒤에서 본체를 밀면서 출발한다.

하루 8번 실전처럼 트랙을 타면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체력 소모가 크다고 한다. 봅슬레이는 미세한 차이로 승패가 갈린다. 기록 0.01초를 앞당기려면 한 번 썰매에 오를 때마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용 대표팀 총감독은 "3일 훈련 후 하루 휴식 사이클을 올림픽 때까지 반복한다. 개막 전까지 총 500번의 주행 경험을 쌓아 메달에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스 외워 주행 약점 보완

남자 봅슬레이 대표팀의 원윤종(왼쪽)과 서영우. 아래는 평창 슬라이딩 센터를 촬영한 사진이다.

올 시즌 원윤종·서영우는 스타트만큼은 세계 상위권이었다. 출전했던 3차 대회까지의 성적을 보면 대회 때마다 3~6위권의 스타트 기록을 유지했다. 하지만 주행에서 약점을 보였다. 벽에 부딪히거나 얼음에서 미끄러지는 등의 실수를 저지르면서 기록 손해를 봤다. 월드컵 성적은 1차 대회 10위, 2차 대회 13위, 3차 대회 6위였다. 주행 실수를 줄이는 비결은 역시 반복 훈련이다.

이번 시즌 북미 지역에서 열린 1~3차 월드컵에선 미국·캐나다 선수가 좋은 성적을 냈고, 유럽에서 열린 4~6차 월드컵에선 스위스·독일 선수들이 우세했다. 평소 익숙한 트랙에서 잘 달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 감독은 "올 시즌엔 트랙 경험이 많은 선수가 메달을 딴다. 그래서 홈 트랙에서 훈련을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대표팀은 평창 슬라이딩센터의 실내 스타트 훈련장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곳에선 공정 마무리 작업이 진행 중이었는데, 최근 공사를 중단하고 얼음을 다시 깔기로 했다. 4인승 종목 스타트 훈련을 위해서다. 연맹 관계자는 "4인승은 선수들 간의 호흡이 중요해 2인승보다 스타트 훈련이 훨씬 중요하다. 올림픽 때 4인승의 선전도 기대해 볼 만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