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산업인 조선과 자동차 산업에서 켜진 경고음은 심각하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판매 목표를 작년보다 8.5% 낮췄다. 해외시장 판매 목표는 10% 넘게 줄여 잡았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한국GM 등 국내 완성차업체 5곳의 전체 판매 실적도 추락했다. 이유는 누구나 안다. 현대차 중국 충칭 공장 근로자 평균 월급(94만원)은 울산 공장(800만원)의 9분의 1인데, 생산성은 충칭이 1.6배 더 높다. 이런 기업이 잘되면 그건 경영이 아니라 마술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2조원 줄인 8조원으로 낮춰잡았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반 토막에 가깝다. 이런 일은 들어본 적이 없다. 대우조선해양은 2년 넘게 13조원을 수혈했지만, 회생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산업은행이 대주주라 이 돈 대부분이 국민 세금이나 마찬가지다. 중견 조선소인 성동조선과 STX조선은 청산하는 것이 낫다는 판정을 받았다. 조선업 구조조정은 하루가 급하다. 시간을 끌수록 국가적 손해가 커진다. 그런데 정부는 성동조선·STX조선 퇴출 등 구조조정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실업이 발생해 정부 인기가 떨어지고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칠까 봐서라고 한다. 회생 가능성 없는 업체를 국민 세금으로 월급 주며 연명시키는 것은 경제 정책이 아니라 정치 행위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첫 산업 현장 방문으로 대우조선을 찾아간 것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신호라고 한다.

지금은 허리띠 졸라매기로 되는 상황이 아니다. 빨리 몸집을 가볍게 해 대처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노조 양보도 촉구해야 한다. 일정 기간 고통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래야만 살아날 수 있다. 좋은 약은 입에 쓴 것과 같다. 그런데 정부는 쓴 약 대신 사탕을 준다. 환자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죽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