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국의 정품인증회사 회장을 만나기 위해 베이징 서남쪽 펑타이(豊台)구를 갔습니다. 초행 길이었지만 별 걱정을 안했습니다. 차량 호출 서비스 앱 ‘디디’를 연 뒤 명함에 찍힌 주소로 도착지를 입력했습니다. 기사도 바이두 내비게이션을 켜고 가더군요.

그런데 차량 접근이 안되는 공간이 큰 단지여서 차에서 내려 해당 빌딩을 찾아야할 상황이 됐습니다. 물론 바이두에 보행 내비 서비스가 있지만 내비 말 듣다가 길을 잘못 든 경우가 몇차례 있어 홍보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동서남북 방향을 얘기하는 통화 너머의 목소리에 맥이 풀렸습니다. 중국에서는 초행 길을 가다 길거리에서 마주친 행인에게 물어도 동서남북이 들어간 답을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쪽으로 가면 무슨 건물이 보인다. 그 건물의 동쪽으로 가라.” “무슨 길의 남쪽으로 가라’는 식입니다.

“중국인은 왜 그렇게 방향감각이 뛰어날까?” 개인적으로 방향 감각이 떨어진 탓도 있지만 주변의 한국 지인들도 비슷한 얘기를 합니다. 중국의 친구들에게 물었습니다.

“낮에는 태양, 밤에는 달을 본다.” “대형 건물은 남향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물의 창을 잘 보면 된다.” “텐진이나 상하이 같은 해변 도시에는 동서남북보다 좌우로 방향을 잡는다.” “별자리를 본다.”

다양한 답들이 쏟아졌습니다. “나침반 서비스를 하는 스마트폰 앱을 켜라”는 조언도 있었구요. “중국이 만든 4대 발명품중 하나가 나침반인데 동서남북을 잘 모르겠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습니다.

우스갯 소리의 백미는 “중국에서 공부 헛했구나. 중국인들은 마오쩌둥(毛澤東)사상을 따르기 때문에 방향을 잃을 수 없지. 요즘은 시진핑(習近平)사상을 따르면 길을 잃을 수 없어”였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당의 간부들에게 늘 주문한 4가지 의식이 있습니다. 정치(政治)의식, 대국(大局)의식, 핵심(核心)의식, 간제(看齐)의식입니다. 이 가운데 간제 의식이 바로 특정 방향으로 일치하는 모습을 말합니다. 군대에서 “좌우로 정렬”하는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을 의미하죠.

시 주석은 자신의 권력을 다진 작년 10월 19차 공산당 대회 보고에서 ‘당(黨)의 영도(領導)’를 시진핑 사상의 핵심 중 하나로 소개했습니다. 당이 이끄는 하나의 방향을 향해 전 사회가 정렬하라는 메시지입니다.

중국에선 14억 인구의 대륙이어서 쉽게 분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일정수준의 통제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자주 듣습니다. 분열과 통합을 반복한 중국의 역사가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