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임명된 신임 대사·총영사 중 직업 외교관이 아닌 특임공관장들 상당수는 '대사(大使) 고시'로 불리는 어학 시험을 보지 않은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직업 외교관들은 이 시험을 통과해야 공관장 지원 자격이 주어지는 것과 대비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특임공관장들은 별도의 어학 시험을 보지 않더라도 해외 대학 학위나 의원 외교 활동, 국제기구 경력 등이 있으면 자격이 있는 것으로 봤다"고 했다. 독일에서 학위를 받은 정범구 주독일 대사, 언론사 국제부장 출신의 최규식 주헝가리 대사, 국회의장 비서실장 출신의 박금옥 주노르웨이 대사 등이 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외무공무원 임용령은 특임공관장의 자격 심사에 대해 '▲외국어 능력 ▲도덕성 ▲교섭 능력 ▲지도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외국어 능력을 고려하지만 절대조건은 아니다"고 했다.

앞서 임명된 노영민 주중 대사, 이수훈 주일 대사도 중국어와 일본어를 하지 못해 논란이 일었다. 공관장이 영어나 주재국 언어를 하지 못하면 외교 활동에 크게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어학 능력이 없는 인사들을 특임공관장으로 보내는 관행에 대해 정권과 상관없이 비판이 제기돼 왔다.

2013년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특임공관장들의 어학 등급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외교관의 가장 기본 덕목 중 하나인 외국어 능력조차 검증하지 않았다"며 "보은 인사 성격의 낙하산 공관장들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직업 외교관들은 공관장 지원 자격을 얻기 위해 서울대 언어교육원이 실시하는 'TOP'(영어 말하기 평가)와 'TWP'(영어 작문 평가)를 치른다. 외교 업무와 관련 있는 내용으로 지문, 주제 등이 특화된 '맞춤형'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난도가 매우 높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 때 한 특임공관장은 이 시험을 본 뒤 청와대에 항의했다. "외교부가 외부 인사를 배척하기 위해 시험을 터무니없이 어렵게 냈다"는 것이다. 당시 '(물리학의) 끈이론과 상대성이론에 대한 지문을 읽고 영어로 설명하라' 문제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