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정명훈(오른쪽)이 베네치아 신년 음악회를 지휘하는 모습.

"나는 운 좋은 사람입니다. 한 해의 시작을 베네치아,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극장의 신년 음악회로 장식하고 있으니까요. 여러분, 부온 안노(Buon Anno)!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지휘자 정명훈(64)이 이탈리아어로 새해 인사를 전했다. 베네치아 명예시민이자 라 페니체 오페라하우스에서 평생공로상을 받은 그가 지난 1일(현지 시각) 베네치아 신년 음악회를 지휘했다. 같은 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신년 음악회가 왈츠 위주로 소박한 행복을 전한다면, 오페라 중심인 베네치아는 극적이면서 우아하다. 이탈리아 국영방송 RAI1로 생중계된 음악회엔 소프라노 마리아 아그레스타, 테너 마이클 파비아노 등 젊은 스타들이 출연했다.

정명훈은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으로 포문을 열었다. 처음엔 오케스트라의 몸이 덜 풀린 듯 세부 앙상블이 맞지 않았지만 3악장 스케르초에서 살아난 리듬감은 4악장의 강렬한 쾌속질주로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31일엔 독일 동부 작센주의 대표 도시 드레스덴에서 제야(除夜) 음악회가 마지막 밤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드레스덴은 독일 문화의 최고봉이자 핵심 도시로 꼽힌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오케스트라인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가 1548년 창단돼 지금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관현악단으로 활동한다. 특히 악단의 수석 지휘자이자 독일을 대표하는 거장(巨匠) 크리스티안 틸레만(58)은 독일 순혈의 강렬한 카리스마를 자랑한다. 평소엔 베토벤, 바그너 등 정통 독일 관현악 레퍼토리를 고집하지만 제야 음악회에선 뮤지컬, 재즈 등 파격을 선보인다.

독일 공영방송 ZDF를 통해 방송된 2017 드레스덴 제야 음악회는 1930년대 독일을 풍미했던 '오페레타 영화'를 주제로 삼았다. 그 시기 최고 스타였던 배우 마를렌 디트리히와 외모도 분위기도 흡사한 소프라노 안젤라 데노케가 특별 출연해 당시의 노래와 춤을 완벽히 소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