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처럼 정보량이 많은 인쇄 매체는 눈이 편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새해를 맞아 단행한 조선일보 활자 혁신은 눈의 피로 없이 쉽게 읽히는 것을 최우선으로 했다. 활자 크기는 키우면서 폭은 1% 줄여 전체적으로 활자가 날씬해졌다. 초성은 가로 폭을 줄이고 안쪽으로 조금 이동했다. 세로획도 위치를 안쪽으로 옮기고 종성은 가로 폭을 살짝 좁혔다.
국내 최고 글꼴 전문가 중 한 명인 원유홍 상명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전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회장)는 본지의 활자 혁신으로 "본문이 더 맑고 탄탄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활자 크기만 키우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활자를 구성하는 자소(字素)의 가로 폭, 세로 기둥 위치 이동 같은 미세하고 정교한 조정으로 획과 속 공간의 균질감이 더 짜임새 있어 보인다"며 "이전 활자보다 커진 물리적 크기 0.6포인트 이상의 효과를 발휘해 본문이 훨씬 환해 보이는 결과를 낳았다"고 했다.
'밝' '폐' '계' 등 획수가 많은 활자들은 그렇지 않은 활자들보다 어둡게 뭉쳐 보여 가지런한 행에 얼룩처럼 보이는 '얼룩 효과'의 원인이 된다. 원 교수는 "활자 구성 요소들을 적절히 조정함으로써 독서의 방해 요인인 얼룩 효과가 감소, 시선 좌우 이동이 편안해지고 가독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국내 신문사 중 유일하게 자체 개발한 고유 서체를 가지고 있는 조선일보는 1920년 창간 이후 모두 20차례 서체를 혁신했다. 첫 출발은 1922년 붓글씨 필법을 살린 궁체 활자를 만든 것이었다. 한글 말살정책이 펼쳐진 일제강점기에도 명조체와 비슷한 글자체를 개발(1938년)하는 등 활자 개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1992년 신문 제작 방식을 CTS(Computerized Typesetting System·컴퓨터 식자 시스템)로 바꾸면서 컴퓨터 조판용 글자체를 개발해 사용해왔다. 2013년에는 본문 활자를 10.2포인트로 키우고 자간과 서체를 수정했다. 이는 지면의 틀을 7단(칼럼) 체제에서 6단 체제로 넓히는 혁신과 맞물리며 신문에 최적화된 '편안하게 읽는 맛과 시원하게 보는 맛'을 구현했다.
'조선일보 명조체'는 관련 전문가들로부터 "한글의 아름다움을 살린 획 처리로 가독성이 높고 힘이 있는 활자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