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당대표 당선 때보다 지지표 더 받아
통합 전당대회 둘러싸고 갈등 고조될 듯
"의외의 봉합 가능성" 관측도 나와
대선 패배 이후 정계복귀 무대였던 지난 8·27 전당대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총 2만9095표(득표율 51%)를 받아 당 대표에 당선됐다. 그의 당대표 출마를 ‘사(私)당화 시도’로 비판했던 천정배, 정동영 의원과의 치열한 경선으로 투표율은 24% 수준으로 올랐다. 경선 흥행효과로 박지원 전 대표가 당선됐을 때의 직전 전당대회보다 투표율(19%)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바른정당과 통합을 추진하는 안철수 대표 재신임 투표였던 이번 전당원 투표에서 총 4만4706표가 재신임을 선택했다. 전체 투표율이 8·27 전당대회 보다 약 1%포인트 가량 낮았지만, 안철수 대표에 대한 신임 투표는 오히려 1만5000표가 늘었다. 안 대표측의 통합찬성파가 “통합반대파가 투표 거부 운동을 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투표율과 재신임 투표수 모두 경이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통합찬성파는 ‘바른정당과의 중도개혁정당 통합에 대한 당원들의 지지가 확인됐다’면서 통합 움직임에 속도를 낼 기세이지만, 통합반대파는 “투표율이 23%인 것은 당원 77%가 통합에 반대한다는 의미”라면서 안 대표 퇴진과 통합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한 전당대회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 내부 갈등이 더욱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안철수 “좌고우면 하지 않겠다”vs 반대파 “안철수 퇴진해야”
국민의당 선거관리위원회는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전체 당원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바른정당과의 통합 및 안철수 대표에 대한 재신임’을 위한 온라인 및 전화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간 실시된 재신임 투표 결과, 참여자의 응답자의 74.6%가 통합 및 재신임에 찬성했고 통합 및 재신임 반대는 25.4%였다. 최종 투표율은 23.00%로 집계됐다. 선거인 26만437명 가운데 5만9911명이 참여했다.
안철수 대표는 투표결과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약 6만 당원이 투표에 참여해 4만5000여 분이 통합에 추진하는 저를 재신임해 준 것”이라며 “좌고우면 하지 않고 통합의길로 전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당 대표로 당선된 8·27 전당대회 때보다 더 많은 분이 투표에 참여해, 그때 저를 당 대표로 뽑아준 2만9000명보다 월등히 많은 4만5000여명이 통합을 추진하는 저를 재신임해주셨다”면서 “오늘 투표 결과를 혁신으로 보답하라는 명령으로 알고 여러분과 함께 변화의 길로 과감히 전진하겠다.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아우른다는 창당 초심으로 혁신정당, 젊은정당, 국민통합 정당으로 탈바꿈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통합반대파는 투표율이 23.0%에 불과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안 대표 퇴진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 통합 반대파 의원들로 구성된 ‘국민의당 지키기 운동본부’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헌당규에 명시된 최소 투표율 ‘3분의 1’ 기준에 못 미친 이번 투표는 바른정당과의 합당에 대한 반대이자, 안 대표에 대한 명백한 불신임의 표시”라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바른정당은 국민의당과 정체성이 다르며, 국민의당을 보수 우경화 합당시키려는 안 대표의 무리한 선택은 결국 국민의당을 사지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안 대표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전당대회 둘러싸고 갈등 고조…속도조절 움직임도
안철수 대표는 극심한 당 내홍속에서도 전당원투표를 통해 재신임을 받는 모양새를 연출하는데 성공했지만, 국민의당 내홍사태는 쉽사리 진정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위해 필요한 절차인 전당대회 개최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당대회가 법적 구속력을 갖기 위해서는 1만명에 이르는 대표 당원 중 절반 이상이 참여해야 하는데, 현재의 내홍사태 속에서는 대규모 당원 동원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통합 반대파인 이상돈 의원이 전당대회 의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통합 안건 상정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도 중요 변수다.
일각에서는 안철수 대표측이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전당대회 대신 전자투표를 통한 온라인 전당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통합반대파 측에서도 안철수 대표 퇴진과 신당창당을 위한 별도의 전당대회를 열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 내홍이 본격적인 분당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이 같은 관측에 대해 통합찬성파와 반대파 모두 일단은 선을 긋고 있다. 속도조절에 나서는 모양새다. 안철수 대표는 “75% 정도의 찬성을 두고 더 이상 논란을 벌이는 것은 명분이 없다”면서도 “반대 의원님들 중 통합 방향에 동의하지만 제가 너무 급하게 밀어붙인다며 반대하기도 한다. 더 낮은 자세로 만나 대화하며 진심을 전달할 것”이라며 당분간 당내 설득에 매진하겠다는 의중을 나타냈다. 이어 “앞으로 (통합에 대해) 정식절차를 거쳐 설득하고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통합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기 위해 당헌·당규에 없는 절차를 동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통합반대파도 탈당 가능성 등은 일축하고 있다. 반대파 측 최경환 의원은 “(별도 전당대회 개최와 관련된) 보도는 나왔는데, 이는 실무자가 만든 안으로 공식 논의되지 않아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 “국민의당을 살리자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기 때문에, 탈당해야 할 사람들은 안철수 대표와 보수 야합으로 나가려는 세력들”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당헌 절차 따라 전당대회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안건 처리가 순조롭게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며 당분간 당 내 투쟁에 매진하겠다는 의중을 나타냈다.
◆ 安측과 反安측 모두 분당 책임론 부담…봉합지점 생길수도
바른정당과 통합을 둘러싸고 안 대표측과 호남 의원들이 극단적인 갈등을 나타내고 있지만, 서로 분당 책임을 짊어지는 것을 피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특히 안 대표 측은 전당원 투표를 통해 통합 명분을 챙겼기 때문에 급하게 나설 이유가 없다는 시각이 많다. 상대적으로 통합 반대파 측이 급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당원 절반 가량이 호남에 쏠려있는 상황에서 통합 찬성투표가 75%에 이르렀다는 것은 호남 바닥 민심은 호남 의원들이 말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가 “민심을 받으러 정치한다면서 이런 맹벽한 의사를 놓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스스로 심판받는 것을 택하는 것”이라는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점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태가 의외로 봉합쪽으로 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통합반대파가 전당원투표결과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분당을 추진하는 것은 여러 현실 여건을 감안할 때 어려울 것”이라며 “안철수 대표가 무리한 속도전을 펼치지만 않는다면 갈등을 완충할 수 있는 지점들이 생길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