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파견 의혹과 관련, 최태원 SK 회장이 이달 초 임 실장을 만난 것으로 29일 밝혀졌다. 임 실장은 만남 직후인 지난 9일 UAE·레바논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문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임 실장과 최 회장이 청와대 밖에서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두 사람의 만남과 임 실장의 UAE 방문은 별개"라며 연관성을 부인했다.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임 실장과 만나 "UAE 측이 SK와 관련한 사업을 일방적으로 백지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니 막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SK 측이 추진했던 UAE 측 사업 책임자는 UAE의 2인자인 칼둔 아부다비 행정청장으로 알려졌다. 칼둔은 임 실장이 무함마드 왕세제를 만날 때 배석했었다.

UAE와 사업을 진행 중인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위기 상황에 처하면서, 청와대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UAE가 경제협력 중단 입장을 밝힌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UAE와 체결했던 아크부대 등 각종 협력 사업을 현 정부가 조정·축소하려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SK 측은 "UAE에서 공식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없다"고 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12월 186억달러(약 20조원) 규모 바라카 원전을 수주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작년 10월에는 이와 별도로 총 54조원 규모인 이 원전 운영권도 따냈다. 이후 국내 대기업들은 정유 사업 등에 진출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탈원전 선언과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공론화가 시작되자 UAE 측은 아부다비 주재 한국대사관 등을 통해 우리 정부에 항의의 뜻을 표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정부 소식통은 "한국과 UAE 간 군사 협력에 문제가 생겼던 것도 갈등을 키운 것으로 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