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지난 23일 제5차 세포위원장 대회에 참석해 폐회사를 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가 22일 채택한 제재결의안 2397호는 올해 들어 4번째 대북(對北) 제재 결의다.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속도를 내면서 국제사회 압박도 가속이 붙은 것이다. 하지만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결의 채택 당일 "대담하고 통이 큰 작전들을 더욱 과감히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의 말이 추가 도발로 이어질 경우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한반도 정세는 심각한 상황으로 갈 전망이다.

北 "제재 결의는 전쟁 행위"

북한은 제재결의안이 채택된 지 하루 만인 24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번 결의를 자주권에 대한 난폭한 침해, 전쟁 행위로 낙인하며 전면 배격한다"며 "모든 후과(後果)는 전적으로 결의 채택에 손을 든 나라들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제재에 따른 도발 가능성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지난 9월 6차 핵실험에 따른 안보리 제재결의안 2375호가 채택되자, 사흘 만에 일본 상공을 지나는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지난 7월 ICBM급 '화성-14형'을 두 차례 발사한 데 따른 제재안 2371호가 채택됐을 때는 20여일 뒤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1발을 쐈다. 이에 앞서 김정은은 23일 막을 내린 제5차 노동당 세포위원장 대회에서 "미제와 적대 세력들이 우리 내부에 불건전하고 이색적인 사상 독소를 퍼뜨리고 비사회주의적 현상들을 조장시키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면서 "당 세포에서부터 투쟁의 불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은 제재를 감수하면서 '핵보유국 인정'이라는 목표에 따라 모든 스케줄을 맞춰 가고 있다"며 "ICBM 등 추가 핵·미사일 기술 진전이 이뤄질 때를 맞춰 추가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니키 헤일리(앞줄 오른쪽) 유엔 주재 미국 대사와 매슈 라이크로프트 유엔 주재 영국 대사가 22일(현지 시각)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새 대북 제재 결의안에 손을 들어 찬성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키리졸브 등 한·미 연합 훈련을 올림픽 이후로 연기하는 방안을 미국과 논의하고 있다. 평창올림픽을 미·북 간 대화 모멘텀으로 삼는 등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북한이 추가 핵·미사일 도발에 나설 경우 이런 구상의 동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고, 미국에서 선제공격 등 군사 옵션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11월 말쯤 '북한 ICBM 프로그램 개발을 중단시킬 수 있는 시한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후 약 1개월이 지났다.

추가 제재는 '대북 송유관' 차단 가능성

이번 2397호 결의안에 대해서는 "미흡하지만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차단의 길을 일부 열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대북 송유관을 잠그라"고 요구했지만, 중국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이번 결의안에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ICBM 도발을 할 경우 북한에 대한 석유 수출을 추가로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결정한다'는 '트리거(trigger·자동 조치)' 조항이 들어갔다. 향후 북한 도발에 따른 조치는 대북 송유관을 잠그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 또 이번 결의안은 북한에 대한 연간 원유 공급량 상한을 400만 배럴로 명시하고 유엔 회원국들은 북한에 석유를 수출할 경우 이를 보고하도록 했다.

여기에 김정은 정권 외화벌이 창구인 해외 노동자들을 24개월 안에 북한으로 다시 송환하도록 했다. 북한이 40여 국에 최대 10만명을 파견했던 것을 감안하면, 수억달러의 북한 외화 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안에는 '1년 안에'로 돼 있었으나, 러시아 측 반대로 '2년'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미국은 당초 북한 최고지도부와 노동당에 대한 제재와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전면 중단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러시아 반발로 북한 김정은과 여동생 김여정이 제재 명단에서 빠졌고, 원유 공급 전면 중단이 아닌 정유 제품 공급 축소 등으로 채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디미르 사프론코프 유엔 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는 "문구가 표결 직전 바뀌었다"며 "우리의 우려를 고려했기 때문에 통과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