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횡령·배임 등 경영비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22일 재판 1심에서 6개 혐의중 상당부분 무죄를 인정받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지난 10월30일 신 회장에 대해 징역 10년에 벌금 1000억원이라는 중형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김상동)는 이날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 사태를 피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지만 검찰의 항소 가능성에 긴장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신 회장 등에 대한 선고 이후 “법리 검토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법조계에선 역대 최대 규모의 횡령·배임이라며 날을 세운 검찰이 이번 판결로 체면을 구겼기 때문에 항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검찰이 항소하면 신 회장은 다시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고법이 있는 서초동을 드나들어야 하기 때문에 해외 사업 등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롯데가 경영비리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이 끝난 뒤 법정을 나와 차량에 타고 있다.

검찰은 신 회장에 대해 509억원을 형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 모녀 등에 급여명목으로 지급한 혐의, 롯데피에스넷 인수·출자를 통해 다른 계열사에 472억원대 손해를 입힌 혐의, 서씨 등에 대한 롯데시네마 매점사업 특혜 이권 지원을 통해 계열사에 774억원대 손해를 입힌 혐의 등을 적용했다.

전체 1755억원 규모에 달하는 범죄금액 가운데 1심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부분은 매점 관련 임대로 인한 배임, 경영활동에 대한 참여가 전무하면서도 급여가 지급된 서씨 모녀 관련 횡령 일부에 그쳤다. 재판부는 “신 회장이 범행으로 얻은 직접적·경제적 이익이 없고, 경영권 분쟁에 비춰보면 후계자 입지가 확고해졌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간적접 이익도 분명치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영적 판단을 넓게 해석한 것이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은 지난해 6월 세차례나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고 연인원 500여명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무리한 수사라는 비난을 받았다”며 “항소를 하지 않으면 이런 비난을 인정하는 꼴이어서 항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 “크리스마스 연휴가 끼어 있어 항소 여부는 이르면 26일 결정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검찰이 항소하면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의 증인신청 등에 따라 일정이 결정되겠지만 항소심 결론이 나기 전까지 신 회장의 법정 출석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2월 법원 인사가 있어 법조계에선 항소심 결과는 내년 상반기 내에 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롯데그룹은 1심 과정에서 신 회장이 일주일에 월요일과 수요일 두차례 법원에 출석해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이 항소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통상 주요 사건에서 상당부분 무죄가 날 경우 검찰은 “즉시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신 회장에 대한 1심 결과에 대해 검찰이 신중함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대형로펌의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도 변해야 한다”며 “검찰은 지금까지 주요사건에서 무조건 항소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내부에서 강력한 검찰 개혁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항소심 판결을 뒤집을 수 없다고 판단하면 항소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