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의 증여세 포탈, 횡령·배임 등 재계 총수일가의 기업 사유화”

검찰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17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관련 결심공판에서 사건 의미를 규정한 문구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경영활동 관여 없이 혜택을 누린 일부 총수일가 구성원을 제외한 검찰 공소사실 대부분을 무죄라고 판단해 검찰 체면이 구겨졌다. 재판부는 경영적 판단을 넓게 해석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김상동)는 2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에 대해 징역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롯데가 경영비리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2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이 끝난 뒤 법정을 나와 차량에 타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지난해 10월 “경영권 승계구도에서 벌어진 총수일가의 회사 자금빼먹기·이권취득, 횡령·배임, 계열사 불법지원, 조세포탈, 비자금 조성 등 총체적 비리를 규명했다”면서 신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구속수사 방침을 세웠지만 법원이 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다.

검찰이 신 회장에 대해 적용한 혐의는 형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의 사실혼 배우자 서미경씨 모녀 등에 대한 급여명목 509억원 횡령, 롯데피에스넷 인수·출자를 통한 타 계열사에 대한 472억원대 배임, 서씨 등에 대한 롯데시네마 매점사업 특혜 이권 지원을 통한 774억원대 배임 등이다.

전체 1755억원 규모에 달하는 범죄금액 가운데 1심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부분은 매점 관련 임대로 인한 배임, 경영활동에 대한 참여가 전무하면서도 급여가 지급된 서씨 모녀 관련 횡령 일부에 그쳤다.

재판부는 “신 회장이 범행으로 얻은 직접적·경제적 이익이 없고, 경영권 분쟁에 비춰보면 후계자 입지가 확고해졌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간적접 이익도 분명치 않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6월 10일 전방위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넉달에 걸친 검찰 수사결괴가 대부분 부정된 셈이다. 롯데그룹 경영비리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롯데건설의 3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사건, 롯데케미칼의 200억원대 법인세 부정환급 사기 사건도 올해 8월, 11월 1심에서 잇따라 주요 부분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첫 압수수색부터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주거지·사무실을 포함하는 등 총수일가를 정조준해 시작된 수사는 검찰의 ‘횡령·배임 사건’이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각종 사업권을 둘러싼 정·관계 로비의혹과 더불어 총수일가 비자금 수사로 세간에 비쳐졌다.

지난해 6월 10일, 14일, 28일세 차례에 걸친 압수수색, 연인원 500여명에 이르는 임직원 조사에 수사 피로감이 극에 달할 즈음 고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검찰 출석을 앞둔 8월 말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보도 접했다. 국정농단 의혹 수사 과정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씨 측의 추가 자금지원 요청에 응해 지급한 70억원이 압수수색 직전 반환되며 수사 착수 배경을 둘러싼 의구심도 끊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