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에 '애쓰지 마라(Don't Try)'라는 말을 남겼다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평생 밑바닥 삶을 전전하며 작품을 써서 '빈민가의 계관시인'이라는 호칭을 얻은 찰스 부코스키(Charles Bukowski)가 주인공이다. 그는 1920년 8월 16일 독일 안더나흐에서 태어나 세 살 때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했다. 열네 살 때 D H 로런스, 도스토옙스키, 투르게네프, 고리키, 헉슬리, 싱클레어 루이스 등의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다 밤새워 읽었다. 노동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불 꺼!"라고 소리 질렀다. 침대 시트 속에 전등을 넣고 책을 읽다가 시트에 불이 붙어 연기가 솟은 적도 있었다.

부코스키는 대학을 중퇴하고 스물다섯 살 때 첫 단편을 발표했으나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술에 빠져 중독자로 날품팔이 잡역부, 철도 노동자, 트럭 운전사, 경마꾼, 주유소 직원, 우편 집배원 같은 일을 전전하며 살았다. 어둠 속을 헤쳐 나가듯 고단한 세월을 견디며 얼마나 술을 마셔댔던지 어느 날 입과 항문으로 피를 분수처럼 쏟아냈다. 군 종합병원 자선병동에 실려가 치료를 받았다. 의사는 술을 더 마시면 죽는다고 경고했지만 술을 끊지 않았다. 쉰 살 때 돌연 "우체국 의자에 앉아 죽고 싶지 않아!"라며 우체국에 사표를 던지고 타자기를 구해서 글을 썼다. 1971년, 14년 동안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체국'이라는 자전 소설을 쓰고,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 같은 시집을 잇달아 내놓았다.

부코스키는 대공황과 전쟁을 겪고 술과 노동으로 생을 이어갔다. 그는 거친 삶을 가식 없는 문체로 써내 독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열혈 독자층도 생겼다. 1994년 3월 3일, 백혈병으로 죽을 때까지 서른 권이 넘는 시집, 장편소설 여섯 권, 산문집 열 권을 남겼다. "단 한 사람이라도 구할 수 있는 자가 세상을 구하는 법이다. 그 외에는 허풍쟁이 낭만주의자 혹은 정치가다"라는 말은 두고두고 새겨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