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9~12일)을 둘러싼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임 실장이 UAE 왕세제(王世弟)를 만날 때 칼둔 UAE 원자력공사 이사회 의장이 배석한 사실이 사진으로 확인되더니, 이 사진 원본의 오른쪽에 서동구 국정원 1차장까지 함께 있었던 사실도 드러났다. 언론이 이런 내용들을 하나씩 밝혀나가자 청와대 측은 확인된 것만 인정하고 야당들과 언론이 제기하는 합리적 의문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청와대는 당초 임 실장이 출국한 다음 날인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임 실장이 현지 파병부대 장병을 위문하고 이와 함께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UAE 왕세제와 레바논 대통령을 예방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통령이 파병 장병들이 눈에 밟힌다고 했다' '격무에 시달리는 임 실장에게 휴식을 주는 의미가 있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라는 중대사를 코앞에 둔 시점에 비서실장이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았다. 한 달 전에 국방장관이 다녀온 부대를 또 가서 위문한다는 것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청와대는 사진으로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확인되자 말을 돌리거나 바꾸기 시작했다. 이제 더 이상 '장병 위문' 얘기는 하지 않는다. 대신 'UAE와 소원해진 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최소한 장병 위문이 진짜 방문 목적이 아니었고 휴가 운운도 뭔가를 감추기 위해 지어낸 말이라는 것만은 확실해졌다. 거짓말까지 하면서 UAE에 가야 했던 이유가 뭔가. 청와대는 이명박 전 대통령 공격거리를 찾다가 UAE를 격분시켰다는 설은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무언가 밝히지 못할 사정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어제는 이 문제로 국회 운영위가 열렸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불참했다. 임 실장은 갑자기 휴가를 갔다. 국회 출석을 피하려는 것 아니라면 갑작스러운 휴가를 납득하기 어렵다. 국회 안 나가려고 휴가 가는 일은 처음 본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감춰야 할 비밀이 대체 뭔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혹시 외국과의 관계에서 말 못할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임 실장이 국회에 나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면 된다. 이제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