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개헌특위가 이번 달로 문 닫을 수 있다고 한다. 민주당이 자유한국당에서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투표 실시'에 동의하지 않으면 개헌특위를 연장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민주당 요구에 응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개헌특위 종료에는 결사반대한다고 나왔다. 국회 개헌특위 활동이 올 1월 1일부터 시작됐지만, 여야는 그 흔한 잠정 합의안조차 만들어 내지 못했다. 1년 내내 미적거리더니 시한이 다가오니까 서로 "정략(政略)"이라며 속 보이는 쇼를 하고 있다.

민주당은 애당초 개헌에 뜻이 없었다. 그토록 제왕적 대통령제를 비판하다 권력을 잡으니까 생각이 달라진 것이다. 지금 대통령 권한과는 상관없는 개헌이지만 청와대가 기분 나빠 할까 봐 눈치를 본다고 한다. 곧 청와대가 대통령 권력 분산이 없는 이상한 개헌안을 내놓으면 개헌은 그날로 물 건너 갈 것이다. 한국당은 지방선거와 개헌투표를 같이 시행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뒤집었다. 개헌투표를 병행하면 지방선거에서 불리할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불과 몇 달 전 우리는 무소불위 대통령 권력의 질주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보았다. 역대 대통령 중 성한 사람이 없다. 지금 정부도 또 그 길로 가고 있다. 이런 쳇바퀴 돌리기로는 선진 사회 진입은 불가능하다. 이번은 다시 오기 어려운 개헌 기회다. 그런데 여야는 이 호기(好機)를 걷어찰 궁리만 하고 있다. 한 줌도 되지 않는 제 이익이 국가 백년대계보다 더 중요하다. 여야는 개헌특위를 연장하고 논의된 개헌안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이번에도 개헌에 실패하면 한국 정치엔 희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