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 전 참석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바로 옆자리는 임종석 비서실장의 자리로, UAE 방문 목적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이날 회의 직전부터 21일까지 3.5일의 연차 휴가에 돌입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특사 방문 목적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8일 오후부터 21일까지 돌연 연차 휴가를 냈다.

18일 오전 조선일보는 '임 실장이 UAE의 원전 사업 책임자를 비공개로 만나 한국이 원전 건설을 수주해 운영해 놓기로 하고 국내에서 탈원전을 추진하는 데 대한 불만을 무마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임 실장이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를 면담하는 자리에 원전 건설 사업의 총책임자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42) UAE 원자력공사(ENEC) 이사회 의장이 참석한 사진을 공개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19일 국회 운영위원회를 잡아놓고 임 실장을 출석시켜 진위를 따지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임 실장은 이날 오전 출근했다가 '반차'를 낸 뒤, 21일까지 '3.5일' 연차를 내고 쉬기로 했다고 한다. 당초 예정에 없었는데 18일 오전 결정하고 오후에 집으로 갔다는 얘기다.

임 실장은 이날 오전 청와대 실무진을 통해 'UAE에 원전 불만을 무마하러 간 게 아니다'라는 부인 입장만 내놓은 뒤 추가 설명을 하지 않아 의문이 증폭됐다.

임 실장의 갑작스러운 휴가 사실은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는 임 실장의 자리가 비어 있는 모습을 통해 알려졌다. 사실상 임 실장이 지난 9~12일 UAE 출장에서 돌아와 논란이 본격화된 후 공개석상에 처음 나오는 자리였다.

임 실장의 갑작스러운 휴가에 관한 회의 분위기도 조금 달랐다.

이날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 관계자가 먼저 "비서실장이 없는데 괜찮으시냐"고 물었고, 문 대통령은 웃음 띤 얼굴로 "어디 갔습니까?"라며 짐짓 모르는 듯 물었다. 그러자 참모진이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웃음을 터뜨리며 "휴가를 썼답니다" 등의 말들이 농담처럼 오갔다. 비서실장의 휴가 이유를 모르는 청와대 내부 인사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문 대통령은 자신을 포함한 공직자들의 연차 사용과 휴식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임 실장이 과중한 업무와 해외 출장으로 쉬지 못해 올해가 가기 전에 연차를 소진하기 위해 이날 간신히 휴가를 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실제 직원들이 기준 이상 연차를 쓰지 못할 경우 페널티를 주기로 할 정도로 강력한 분위기인 것은 사실이다. 청와대는 또 '문 대통령의 휴가와 겹치지 않게 임 실장이 서둘러 휴가를 다녀오기로 했다'는 설명도 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에너지 정책 전환이나 이전 정권 정책 뒤집기 등으로 정치권 최대 이슈가 되면서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된 '임종석 UAE 방문 미스터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언론의 관심이나 야당의 추궁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