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서 전 세계를 놀라게 하겠다는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의 도전엔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을까. 아직 큰소리칠 단계는 아니지만,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채널원컵 대회에서 희망의 한 자락은 보여줬다.
한국은 16일 끝난 마지막 경기(3차전)에서 세계 3위 스웨덴에 1대5로 져 3전 3패로 대회를 마감했다. 이번 대회는 기존 대회 출전팀인 러시아(2위), 체코(6위), 스웨덴, 핀란드(4위)에다 동계올림픽 개최국인 한국(21위)과 세계 1위인 캐나다가 특별초청 형식으로 참가해 팀당 3경기씩 치렀다.
한국은 3경기 모두 패했지만, 세계 최강국들을 긴장하게 했다. 캐나다를 상대로 1피리어드에서 2―1 리드를 잡았고, 핀란드와 스웨덴을 상대로 리드를 잡는 선제골을 뽑아내기도 했다. 예전 같으면 10점 차 이상의 스코어는 쉽게 나올 팀들이었다.
한국은 수비수까지 순간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벌떼 전술'을 통해 수적 우위를 확보해 골을 넣을 수 있었다. 역습에 취약한 이런 전술을 택할 수 있었던 건 믿음직한 골리(골키퍼)의 존재 덕이었다.
아이스하키에선 골리의 비중이 50% 이상으로 평가된다. 1998년 일본 나가노올림픽에서 체코가 러시아를 1대0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을 때 최고 수훈 선수가 NHL의 명 골키퍼 도미니크 하섹이었다. 한국은 캐나다에서 귀화한 수문장 맷 달튼이 그 역할을 해낸다. 달튼은 한국이 실점한 13골 중 12골을 내줬다. 나머지 한 골은 캐나다전 막판 달튼 대신 공격수를 투입했다가 골문이 빈 상태에서 내준 실점이었다. 달튼은 자신을 향해 날아든 155개의 슛 중 143개를 막아내 세이브율 92.3%의 신들린 선방을 보였다.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에서 세이브율이 90% 이상이면 A급, 93% 이상이면 특급으로 평가된다.
달튼은 아이스하키 종주국인 캐나다 온타리오주 태생이다. 러시아 소치올림픽 때 KHL(러시아리그)에서 뛰다 2014년 7월 국내 실업팀 안양 한라에 입단했고, 지난해 4월 특별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얻었다. '한라성'이라는 애칭으로 불리지만, 지금은 대표팀 골문을 책임진, '한국성'이 더 잘 어울린다.
한국의 성적을 보면 달튼의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은 달튼이 골문을 지킨 올해 4월 2부리그 세계선수권에서 4승1패를 기록하며 톱 디비전(16개팀 1부리그)으로 승격했다. 달튼은 당시 세이브율 92.5%를 기록했다. 반면 달튼이 컨디션 관리 차원에서 불참했던 11월 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대회에선 덴마크(14위), 오스트리아(16위), 노르웨이(9위)를 상대로 3경기에서 20점이나 내줬다. 달튼은 올해 자신의 장비에 태극 마크를 새겨 넣으며 '제2의 조국'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고 있다. 달튼은 "평창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내 모습을 보고 한국의 많은 어린이가 꿈을 키웠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