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징역 25년과 벌금 1185억원, 추징금 77억여원을 구형(求刑)하는 순간 검사를 노려보던 최순실씨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최씨는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에 휴정을 요청했다. 휴정 때 법정 밖 피고인 대기실로 향하던 최씨가 검사들에게 다가가려고 하자 법정 경위들이 달려와 제지했다. 피고인 대기실에 들어간 최씨는 갑자기 "아아악" 비명을 질렀다. 비명이 그치지 않아 재판은 30분 가까이 중단됐다.

재개된 재판에서 최씨는 계속 울먹였다. "재판을 받기 너무 힘들다"며 다시 휴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최씨는 최후 변론에서 미리 준비한 종이를 꺼내들고 20분 넘게 말을 쏟아냈다. "검찰이 구형을 낭독하는 걸 보고 가슴이 멈출 것 같았다"며 "윤석열 검사(서울중앙지검장)님 그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했다. "저를 정경 유착으로 뒤집어씌우는 특검과 검찰의 악행은 살인적인 발상"이라고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단 한 푼도 먹을 분이 아니다"고 할 때는 오열했다. 최씨는 휠체어를 타고 구치소로 돌아갔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삼성 측에서 433억원 뇌물을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 등 18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롯데와 SK로부터 159억원 뇌물을 받거나 요구한 혐의, 미르·K스포츠 재단을 세워 기업으로부터 774억원을 강제 모금한 혐의 등이다. 검찰과 특검은 이날 "대통령 비선 실세의 탐욕과 악행이 이 사건의 실체"라고 했다. 최씨 측은 "25년은 옥사(獄死)하라는 의미"라고 반발했다.

14일 최순실씨가 1심 결심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검찰은 이날 최씨에게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최씨는 오열하면서 거듭 무죄를 주장했다. 법원의 1심 선고는 내년 1월 26일이다. 휠체어를 탄 최씨가 1심 결심공판을 마치고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왼쪽 아래).

이날 결심 공판은 최씨가 작년 11월 기소된 지 13개월 만에 열렸다. 최씨는 작년 10월 검찰에 출두하면서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국민 여러분 용서해주십시오"라고 했지만, 수사가 시작되자 "내가 뭐라고 비선 실세라 하느냐"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최씨는 "특검이 '3족(族)을 멸하겠다'고 협박했다"며 강압 수사를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작년 12월부터 시작된 재판에서는 "나는 검찰과 고영태가 기획한 국정 농단의 피해자"라고 주장했고, 최씨 소유로 알려진 태블릿PC에 대해선 "처음 본다"고 했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 재단 강제 모금에 가담한 혐의, 뇌물 49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안종범 전 수석에게는 징역 6년과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안 전 수석은 최후 진술에서 "최순실의 존재를 몰랐다. 알았다면 오늘 이렇게 참담한 모습으로 법정에 서지 않았을 것이라는 뒤늦은 후회를 한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면세점 특허권을 얻게 해달라고 청탁하고 뇌물 70억원을 준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회장에게는 징역 4년에 추징금 70억원이 구형됐다. 신 회장은 "억울한 점이 없도록 잘 살펴봐주시길 바란다"고만 했다.

최씨 등에 대한 선고는 1월 26일 있을 예정이다. 재판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의 경우 결심 공판 3주 뒤에 선고를 했는데, 이번 재판은 이 부회장 재판보다 기록이 3배가량 많아 6주 뒤에 선고하겠다"고 했다.

최씨에 대한 구형과 선고는 따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 18개 중 '삼성 뇌물' 등 13개가 최씨 등과 공모한 혐의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게 뇌물을 직접 요구한 건 박 전 대통령이라고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형과 선고 형량은 최씨와 같거나 더 높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