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국제선 입국장 한편은 경찰들로 북적였다. 총을 든 경찰특공대 8명을 포함해 경찰 30여명이 'F게이트' 주변을 지키며 시민들의 접근을 막았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출발한 '보잉 737' 여객기가 오후 4시쯤 인천에 도착했다. 잠시 후 입국장 문이 열리자 손목에 수갑을 찬 범죄자 47명이 차례로 나오기 시작했다. 한 사람당 수사관 2명이 양옆에서 달라붙어 철통 감시했다.

경찰이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필리핀으로 도망친 범죄 피의자 47명을 전세기를 통해 단체로 압송했다. 범죄자 호송을 위해 경찰이 전세기를 띄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7명 중 39명은 사기범으로 총 피해 금액은 460억원으로 추산된다. 나머지 8명은 마약·폭력·절도사범 등이다.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필리핀으로 도망친 피의자 47명이 경찰에 둘러싸인 채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이번 송환은 지난달 경찰청을 방문한 로널드 데라로사 필리핀 경찰청장에게 이철성 경찰청장이 요청해 이뤄졌다. 마닐라에 있는 외국인 범죄자 수용소에 수감된 한국인 90명 중 필리핀 경찰에 다른 사건이 걸려있지 않은 47명이 송환 대상으로 정해졌다. 전세기 비용은 한국 경찰이 부담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세기 비용은 1억원에 약간 못 미친다"고 말했다.

이번 송환에 전국에서 파견된 경찰 120명이 동원됐다. 이들은 범죄자 47명과 함께 오전 11시 30분(현지 시각) 인천행 전세기에 몸을 실었다. 수사관들이 한국에서 가져간 체포영장은 탑승 직후 집행됐다. 전세기는 한국 국적기로, 기내는 한국 영토로 간주된다. 탑승 직후 여기저기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고 한다. 범죄자들 양옆 좌석에는 경찰이 앉아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영화 관람 등의 기내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았다. 점심 메뉴는 샌드위치였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음식은 포크나 나이프가 함께 제공되기 때문에, 손으로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정한 것"이라고 했다.

필리핀은 치안이 열악해 많은 한국 범죄자가 가장 많이 도망치는 국가다. 필리핀으로 도망친 범죄자는 11월까지 144명으로 전체 도피범 485명 중 약 30%를 차지한다. 지금까지 필리핀으로 도망친 범죄자 누적 인원은 약 400명에 달한다. 경찰청은 필리핀에 경찰 6명으로 이뤄진 '코리아 데스크'를 두고 현지 경찰과 협조해 이들을 검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