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전, 영국의 한 병원에서 심장이 몸 밖으로 나온 채 태어난 여자 아기가 의료진의 우려에도, 건강하게 생명을 유지하며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12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

'바넬로피(Vanellope)'라는 이름의 이 아기는 레스터 글렌필드 병원에서 3주 전 제왕절개로 태어났다. 가슴뼈가 없고 심장이 몸밖으로 나온 '심장 전위증(ectopia cordis)'을 앓고 있었다.

심장이 몸 밖에 나온 채로 태어나 수술받은 바넬로피 호프 월킨스와 부모

아기는 태어난 지 불과 50분 만에 심장을 가슴 안으로 넣는 세 차례의 수술을 받았다.

심장이 가슴 밖으로 튀어난 것을 보여주는 태아 때 바넬로피의 초음파 사진

흉강 밖으로 심장이 위치하는 이상(異狀) 상태인 ‘심장 전위증’은 100만 명에 몇 명밖에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매우 드물다. 대개 사산(死産)돼서, 이 병원 의료진도 심장 전위증을 안고 태어난 아기는 처음 봤다고.

아기의 부모인 나오미 핀들레이(31)과 딘 윌킨스(43)은 딸 바넬로피가 “진정한 승리자”라고 했다. 엄마 나오미는 “초음파 검사 때 아기의 심장이 몸 밖으로 나온 것을 보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매우 무서웠지만, 출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아빠 딘은 “의료진은 임신중절수술을 제안했지만, 우리는 아기가 이겨낼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심장 전위증 수술 당시

바넬로피의 출산 예정일은 12월 24일이었다. 그러나 바깥에 존재하는 심장에 감염이나 충격이 가해지지 않게, 11월에 제왕절개로 세상에 나왔다. 이 수술에는 산부인과·심장외과·마취과 의사와 신생아 담당 전문가와 조산사 등 50여 명의 의료진이 참여했다. 세 차례의 수술로 심장을 몸속의 제 위치에 돌려 놓은 뒤에, 최근에도 가슴 부근의 ‘구멍’을 아기의 피부로 메우는 수술을 했다.

글렌필드 병원 측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감염을 막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아기의 몸 속에서 심장을 감싸는 보호 기구를 삽입하는 수술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런 심장 전위증을 갖고 태어나 극복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2012년 미국 텍사스에서 출생한 오드리나 카르데나스의 경우 바넬로피와 같은 수술을 받고 세 달 뒤 퇴원했고, 가슴을 감싸는 플라스틱 보호막을 착용했다.

디즈니 영화 속의 캐릭터 바넬로피

하지만, 바넬로피의 부모는 “아기는 기적을 넘어서, 다 이겨낼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아기의 이름도 디즈니 영화 ‘주먹왕 랄프’ 속 인물인 ‘바넬로피’에서 따왔다. 영화 속 바넬로피는 용감한 싸움꾼에서 결국 공주가 되는 인물로, 딸의 형편에 딱 맞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