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에페 국제그랑프리(카타르 도하) 남자부 우승자 박상영이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상영(22)은 지난해 리우올림픽이 배출한 '깜짝 스타'였다. 펜싱 남자 에페 개인 결승전에서 10대14로 벼랑 끝에 몰렸다가 내리 5점을 얻는 기적의 역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혼잣말로 '할 수 있다'를 되뇌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면서 박상영은 '감동의 아이콘'이 됐다. 올림픽 당시 세계 21위였던 박상영은 지난해 말 세계 1위에 올랐다.

'할 수 있다' 신드롬이 일어나면서 각종 축하 행사와 예능 프로그램, 광고의 손길이 박상영을 향했다. 하지만 '외도'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훈련 시간이 부족해지면서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지난 7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선 개인전 첫판인 64강전에서 탈락했다. 10월 전국체전에서도 예선 첫 경기에서 무릎을 꿇었다.

반짝스타로 끝날지 모를 위기를 맞았던 박상영이 슬럼프 탈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올해 마지막 대회인 2017 에페 국제그랑프리(카타르 도하)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이다. 그는 10일(현지 시각) 개인전 결승에서 베테랑 정진선(33)을 3대2로 꺾고 정상을 차지했다. 그랑프리는 세계선수권 다음으로 규모가 큰 대회다.

카타르에 있는 박상영과 전화가 연결됐다. "그동안 가슴이 참 답답했는데, 이제 해법을 조금 찾은 거 같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박상영은 "외부활동을 끊고 올림픽을 준비할 때처럼 하루 6~7시간씩 훈련했다"며 "한 달에 3~4회씩 심리치료를 받고 매일 잠들기 전 10~15분씩 명상과 비슷한 호흡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 8월에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박상영은 이번을 포함해 3차례 자비를 들여 대회에 출전했다. 대학생(한국체대) 신분에 300만원 이상이 드는 대회 출전 비용은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리우올림픽 당시 모바일 메신저 프로필에 '올림픽은 즐거운 놀이'라고 써 놓았던 박상영의 생각은 달랐다. "올림픽 이후 받은 포상금을 헐어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돈은 아깝지 않아요. 올림픽 이전처럼 펜싱을 다시 즐기게 된 거로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