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 중국 외교관이 “미국 군함이 대만에 정박할 경우 중국군은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할 것”이라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고 홍콩명보가 1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최근 미국 의회에서 미국 군함과 대만 군함이 서로의 영토를 방문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법안이 통과된 데 따른 것이다.

홍콩명보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의 리커신(李克新) 공사는 지난 8일 중국·대만 유학생과 재미 화교를 대상으로 열린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설명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리 공사는 "미국 의회가 최근 통과시킨 국방수권법은 미국과 대만 군함의 상호 방문을 다루고 있는데, 이는 중·미 수교 공동성명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의회에서 지난달 통과된 '2018 재정년도 국방수권법'은 미국 군함이 대만 가오슝(高雄) 항을 방문하고, 대만 군함은 미국 영토인 하와이와 괌을 방문할 수 있도록 행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리 공사는 "가끔 미국인에게 도리를 따져봐야 소용없을 때가 있다"며 "미국 군함이 가오슝 항에 도착하는 날이 바로 인민해방군이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하는 날"이라고 경고했다.

리 공사는 이어 최근 미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반분열국가법을 제정한 이후 이를 발동할 기회가 없었는데, 미 의회가 미국과 대만 군함의 상호 방문을 제안해 반분열국가법 발동의 기회를 줘서 오히려 고맙다"고 했다고 밝혔다.

반분열국가법은 지난 2005년 3월 통과된 법으로, 대만이 실질적으로 독립을 추진하거나 평화적인 통일의 틀을 파괴할 경우 중국 인민해방군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이다.

리 공사는 "중국인의 문제는 중국인 스스로 해결해야 하며, 미국이 간섭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중국은 평화통일을 달성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무력통일은 최후의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 공사의 이 발언에 대해 대만 정부는 강력하게 항의했다. 대만 외교부는 "중국 외교관들이 수차례 협박과 공갈로 대만과 중국 인민의 감정을 해치고 있는데, 이는 결코 양안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대만 정부는 압력에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의 중국 담당 부처인 대륙위원회도 "리 공사의 발언은 황당하고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대만은 결코 이러한 거만하고 무례한 태도들 받아들일 수 없다"고 중국 정부에 항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