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중앙지법이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기소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 전 지검장이 상급 기관인 법무부 검찰국 과장 2명에게 돈 봉투를 돌리고 밥을 산 것이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이라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검찰 후배들을 '격려'한 것으로 봐야 해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은 200여명 검사를 지휘하며 대형 비리 사건 수사를 도맡는다. 검찰총장 다음으로 힘 있다는 뜻에서 '검찰의 2인자' 소리도 듣는다. 검찰 간부들은 인사철이면 이 자리를 차지하려고 권부(權府) 문지방 앞에 줄을 섰다. 법무부 과장은 1~2년 근무하다 대개 서울중앙지검 부장으로 들어온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공직 사회 풍토가 엄격해지긴 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장이 법무부 과장에게 무슨 득이나 볼까 해서 돈 봉투 주고 밥 샀다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법원이 그 점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그게 상식일 것이다.
▶돈 봉투 만찬은 이 전 지검장이 지휘하던 국정농단 특별수사본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한 지 나흘 뒤에 있었다. 이 전 지검장은 법무부 과장들에게 100만원씩 든 돈 봉투를, 검찰국장은 수사팀 간부 6명에게 70만~100만원 돈 봉투를 건넸다. 돈 출처가 검찰 특수활동비라는 게 제일 문제였다. 한 신문이 대서특필하자 대통령이 감찰 지시를 내렸다. 이 전 지검장은 징계받아 면직(免職)됐다. 중앙지검장 자리엔 국정농단 특검 파견검사팀장과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이던 사람이 파격적으로 발탁돼 지금 '적폐 수사'의 주역이 됐다. '정권이 맘에 둔 사람을 중앙지검장에 앉히려 작은 일을 이용한다' '법원에선 무죄가 날 거다'라고 검사들은 수군댔다. 결국 그대로 됐다.
▶검찰은 다시 특활비 문제에 봉착해 있다. 적폐 수사팀이 국정원 특활비를 건드렸다가 '검찰 특활비 법무부 상납'으로 불똥이 튀었다. 법무장관과 간부들이 수사 기밀비로 써야 하는 검찰 특활비를 매년 20억~30억원씩 떼내 격려금 등으로 썼다는 것이다. 장관이 현금으로 금고에서 꺼내준 특활비를 월급 받듯 나눠 가졌다는 검사 출신 야당 의원의 폭로도 있었다.
▶몇 달 전 이 전 검사장이 쓴 특활비 격려금을 김영란법 위반으로 판단한 게 검찰이다. 법무장관과 간부들이 쓴 수십억원 특활비의 용처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총장은 '법무부가 쓴 특활비는 국가 예산의 관리 범위 내에 있다'며 문제없다고 했다.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검찰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소리를 하니 국민이 믿지 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