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5일(현지시각) 금지약물 복용을 이유로 러시아의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을 금지한 데 대해 러시아는 "모욕적인 조치"라고 반발했다. 러시아는 그러나 자국 선수들의 개인 자격 참가까지 보이콧할지에 대해서는 오는 12일 자국 올림픽 회의때까지 결정을 유보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위원장 알렉산드르 쥬코프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IOC 집행이사회에서 연설하며 "선수들이 자국을 대표할 수 없도록 한 조치는 올림픽 본질에 반하며 절대 용납될 수 없고 철저하게 모욕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2014년 2월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러시아 선수단이 국기를 앞세우고 입장하고 있다.


발레리 가즈자예프 러시아 하원 스포츠·관광·청소년 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IOC의 결정에 대해 "정치적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중립국 국기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하라는 것은 러시아와 러시아 선수들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하계 올림픽 스타인 여자 장대 높이뛰기선수 옐레나 이신바예바는 "러시아가 빠진 올림픽은 절름발이 올림픽"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최대 관영 미디어 그룹 VGTRK는 "러시아 선수단이 참여하지 않는 올림픽을 중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가 실제로 자국 선수들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막을지는 불분명하다.

쥬코프 ROC 위원장은 로잔 회의 뒤 "IOC가 모든 '깨끗한' 러시아 선수들을 모든 종목에 출전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는 12일 출전 선수들과 코치, 개별 종목 대표자들이 회의를 열고 개인 자격 출전 문제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여기에서 올림픽 참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쥬코프의 이 같은 입장은 앞서 "러시아 국기를 달 수 없는 대회에는 출전하지 않는다"던 입장과 비교해 출전 가능성이 높아진 점을 시사한다는 해석이다.

알렉산드르 주브코프 러시아 볼슬레이 연맹 회장은 IOC 결정에 대해 "선수들이 스스로 올림픽에 출전할지를 결정해야 한다"며 "연맹은 평창에 참가하길 원하는 선수들을 지원할 것"이라며 참가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비쳤다.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우승 후보로 꼽히는 러시아 '피겨요정'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는 로잔 회의에 참석 후 '개인 자격으로 출전할 것인가'란 질문에 "그런 질문을 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