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쇄는 풀렸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FA 시장이 개장한 지도 한 달 가까이 되어간다. 여전히 13명의 선수들이 계약을 완료하지 못하고 시장에 남아있다. FA 계약률이 27.8%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는 FA 시장 개장 한 달만에 15명 중 6명이 계약, 40%의 진행률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올 겨울 FA 시장은 더디게 흐르고 있다.

남은 13명의 FA 선수들은 평균 연령이 35.2세에 달한다. 나이 때문에 좋은 계약을 따내기 어렵다. KBO리그 전체에 퍼진 세대 교체, 내부 육성 바람으로 베테랑 FA들의 설자리는 좁아지고 있다. 그러자 구단들이 사실상 'FA 세일즈'에 나섰다. 보상선수를 받지 않기로 하며 운신의 폭을 넓혀준 것이다.

넥센이 가장 먼저 내야수 채태인을 조건 없이 이적할 수 있도록 풀어줬다. 그러자 롯데도 내야수 최준석, 외야수 이우민에게 보상선수 없이 이적할 수 있도록 대승적인 차원에서 결정했다. kt 역시 외야수 이대형이 이적할 경우 보상선수를 받지 않기로 했다. 전에 볼 수 없었던 FA 보상선수 해제 열풍이다.

보상선수 족쇄가 풀렸음에도 불구하고 베테랑 FA 4인방의 이적은 여의치 않다. 각 구단들이 젊은 선수들의 육성에 포커스르 맞추고 있고, 만만찮은 보상금 규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채태인은 올 시즌 연봉으로 3억원을 받았다. 보상금 규모는 9억원이다. 적지 않은 금액이다. 만 35세의 나이도 부담스러운 요소. 그나마 채태인의 경우 아직 타격 능력이 건재하고, 1루 수비가 뛰어나 몇몇 팀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선수들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최준석은 올해 연봉이 4억원으로 보상금이 12억원이나 된다. 사실상 전업 지명타자란 점에서 수비 활용도가 거의 없다. 만 34세로 최근 2년간 성적이 주춤하고 있는 것도 발목을 잡는 요소. 같은 지명타자 자원으로 정성훈이 LG에서 방출돼 시장에 나온 것도 그에게는 악재다. 정성훈은 FA 신분이 아니라 보상금이 필요 없고, 다년계약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대형도 올해 연봉이 3억원으로 보상금이 9억원이다. 20도루 이상 기록할 수 있는 주력이 있지만 지난 8월 도루 과정에서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재활기간이 8개월로 내년 개막전 합류가 불투명하다. 이적이 쉽지 않다. 롯데의 코치 제의를 뿌리치고 시장에 나온 이우민은 올해 연봉 6000만원으로 보상금(1억8000만원) 규모는 가장 적다. 외야 보강을 원하는 팀이 있다면 관심을 가질 만하지만 만 35세의 나이가 부담이다.

채태인은 이적 가능성이 열려있고, 이대형은 원소속팀 kt와 협상 테이블을 접지 않았다. 그러나 최준석과 이우민은 원소속팀 롯데로 돌아갈 여지가 거의 없다. 족쇄가 풀렸지만 베테랑 FA들의 겨울은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waw@osen.co.kr

[사진] 채태인-최준석-이대형-이우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