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영은 스물세살 어린 나이에 결혼해, 3년만에 이혼을 했고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다. 약 4년 전에 강경준과 공개 열애를 시작했고 여러가지 어려움 끝에 현재 강경준과 재혼을 준비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재혼이라는 것이 아직까지는 그렇게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어서 보통 조용히 치르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연예인이라면 더욱 더 은밀하게 진행했을 법한 이 과정을 우리는 지금 한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 지켜보고 있다.
SBS '동상이몽 2-너는 내 운명'에서는 강경준·장신영의 결혼 스토리가 방송되고 있다. 아들도 있는 여배우가 오랜 공개연애 끝에 양가 허락을 받고 다시 새출발을 하는 모습은 어찌 보면 꽤 감동적인 일면이 있고 그리고 희소성이 있다. 프로그램의 제작진들이 한 여배우의 재혼 스토리를 방송의 소재로 가져온 것은 그러한 요소들이 일단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도 방송 초기에는 시청자들이 호의를 갖고 이 커플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 커플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다. 신혼집을 알아보는 에피소드가 방송된 후였는데, 자금 10억으로 집을 못 구해 난감해하던 이들을 보면서부터다. 이 예비부부는 학군 운운하며 마음에 드는 집이 안 나타나자 "지방 가서 살래?"라며 한탄한다. 일반 서민과 '신흥귀족'이라는 연예인의 삶이 이렇게나 벌어져 있음을 또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다.
강경준·장신영 커플이 악의를 갖고 방송에서 이러한 모습을 보였을 리도 없고 제작진 측에서 제공한 상황 아래에서 충실하게 촬영에 임했을 뿐이다. 그들은 또 그들 나름의 삶이 있다. 일반 대중의 정서를 고려해서 조금만 조심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다 자기가 처한 환경에 매몰돼 살아가는 게 또 사람이다 보니 시청자들의 정서와 엇박자가 난 것이다. 이러한 엇박자는 요즘 쏟아지는 '사생활 예능'의 흔한 부작용이다.
요즘 대한민국의 예능은 온통 유명인의 사생활로 가득 차 있다. 육아로 시작한 사생활은 결혼, 이혼, '혼삶'을 아우르더니 채무 등을 비롯한 불운한 개인사들까지 본격적으로 다룬다. 본이 아니게 '졸혼'의 상징처럼 돼버린 백일섭은 황혼에 홀로 사는 모습을 공개해 화제가 되었던 바 있다. 이어지는 타자(?)는 한창 잘 나갔던 시절 '미혼부'임이 공개돼 어려움을 겪었던 배우 김승현이었다. 그는 장성한 딸과 함께 '살림하는 남자들'에 출연해 '미혼부'의 애환을 어필함으로써 다시 한번 '봄날'을 꿈 꾼다.
현재 예능 프로그램 중 시청률이 가장 잘 나오는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이상민이 맹활약하는 중이다. 이상민이 '미우새'에 합류하면서부터 이 프로그램은 시청률에 날개를 달았다. 시청자들의 관심사는 역시 이상민의 채무 상황이다. 수십억의 빚을 지고 그 빚을 갚기 위해 벌어지는 이상민의 온갖 '궁상스러움'이 인기의 요인이다.
화려하게만 보이는 연예인들도 빚을 갚아야 하고 싱글로 아이도 키워야 하며 다 늙어 혼자 밥을 지어 먹어야 한다. 대중들은 연예인들의 삶도 우리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TV 속 관찰카메라를 통해 엿보며 일종의 쾌감 같은 것도 느꼈을 지 모른다. 하지만 그 공감대는 곧 허물어지기도 한다.
육아 예능에서 연예인들의 자녀들이 입고 있는 옷, 쓰고 있는 유아용품 등이 대부분 상당한 고가라는 걸 알면서부터 조금씩 괴리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나마도 대부분 협찬이라 공짜로 받는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다니는 놀이학교는 월 100만원 이상을 지불하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되면 새삼 또 연예인들의 삶이 달리 보인다. 69억 정도의 빚을 진 이상민이 불과 2년여 만에 빚을 거의 청산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이른바 '현타'가 온다. '현실 자각 타임'이란 말인데, '갑자기 현실을 깨닫는다' 정도의 의미다.
TV 예능에 출연할 정도의 연예인이라면 그 업계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한 사람들이다. 이 정도로 성공하려면 연예인 중에서도 아마 1% 안에는 들어야 가능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수억을 턱턱 벌어 대는 건 아마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런 연예인들과, 월급 받아 근근이 사는 일반 서민들의 삶을 서로 비교하고 있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가.
그래도 사람들은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궁금하다. 아이들이 어떻게 생겼고, 집은 얼마나 크며, 어떤 차를 몰고, 냉장고 안에는 뭐가 들어 있는지. 그리고 누구에게 빚을 지지는 않았는지 사업은 망하지 않았는지, 어디가 병들진 않았는지, 또 부부 관계는 좋은 건지. 그들의 삶에 비추어 내 삶을 요모조모 재 보고 내 삶의 수준은 이 대한민국이란 사회에서 어느 정도 수준인 건지 알고 싶다.
예능 프로그램들은 이러한 시청자들의 엿보기 욕망을 잘 알고, 자신의 삶을 기꺼이 보여줄 스타들을 끊임없이 찾아내 소개한다. 스타들도 자신의 몸값을 올려줄 이 제안을 마다하지 않는다. 김구라는 여전히 그의 이혼과 채무를 자신의 캐릭터로 삼고 웃음을 주고 있고, 서장훈 역시 자신의 이혼 경력과 건물주라는 지극히 사적인 요소를 아주 잘 활용한다.
그래서 김생민도 뒤늦게 빛을 보았다. 그는 20여년 동안 쌓은 '성실한 구두쇠' 이미지로 드디어 정규 프로그램의 메인에 섰다. 동료들이 승승장구 할 동안 김생민은 리포터 등의 일을 마다하지 않고 절약해서 서울 땅의 좋은 집을 샀다. 재테크의 아이콘이 되고 낭비하는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충고를 해주었는데 그것을 계기로 전성기를 맞은 것이다. 김생민은 그의 사생활이 개인기가 돼 준 셈이다.
누군가의 삶을 엿보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는 아마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그것을 충족시키는 TV 프로그램도 끊기지 않을 것이다. 매번 다른 이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쾌감을 느끼고 좌절도 느낄 테지만 지나치게 몰입하는 것은 역시 쓸모가 없다. 타인의 삶과 내 삶은 누가 틀리지도 맞는 것도 아닌 그저 다를 뿐이다. 그것만큼은 잊지 않고 이 예능 프로그램들을 적당히 즐기는 것이 우리 삶에는 더 이롭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