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코스의 유해성을 연구한 스위스 로잔대 산업보건연구소 오렐리 베르뎃 박사가 29일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아이코스(IQOS)'에서도 1군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와 벤조피렌이 검출됐습니다. 검출량이 많든 적든 '몸에 해로운 물질'이란 사실은 변치 않지요."

오렐리 베르뎃(Berthet·38) 스위스 로잔대 산업보건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29일 서울 중구 금연지원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아이코스와 같은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에 끼워 피우는 짤막한 궐련은 일반 담배와 필터나 구성물 성분이 달라 새로운 유해물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반출량은 올 10월까지 7190만갑(기획재정부 통계)에 이를 정도로 판매가 늘고 있다. 특히 아이코스 제조사인 필립모리스 측은 "아이코스는 일반 담배보다 유해 물질이 90% 적다. 금연한 것과 거의 같다"고 광고해 왔다.

독성 전문가인 베르뎃 연구원은 스위스 베른대 레토 아우어(Auer) 박사와 함께 '살충제 성분인 아세나프텐의 경우 아이코스에서 일반 담배보다 3배 수준 많이 검출된다'는 내용의 연구를 수행해 미국 의학협회지에 발표했다. 당시 연구에서 발암 물질인 아크롤레인이나 포름알데히드는 아이코스에 든 양이 일반 담배의 각각 82%, 74%로 조사됐다. 그는 "최근 일본에서도 '아이코스에서 유해한 물질이 배출되며 실내에서 아이코스 흡연을 해서는 안 된다'는 유사한 연구 결과도 나왔다"고 전했다.

베르뎃 박사는 아이코스와 같은 궐련형 전자담배는 태우지 않고 '찌는' 방식이라 유해물질이 적다는 담배 회사 측 설명에 의문을 제기했다. 베르뎃 박사는 "예를 들어 작은 토스트기에 빵 대신 담배를 넣는다고 생각하면 쉽다"면서 "찌는 것과 태우는 것을 명확히 구별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열분해 과정을 거쳐 화학물질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선 별 차이가 없다"고 했다. 그는 다만 "유해물질 검출량 자체는 성분별로 일반 담배와 달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금연지원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다키히로 다부치 일본 오사카 국제암연구소 박사는 "일본은 '전 세계 궐련형 전자담배의 실험장'"이라며 일본 내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 현황을 밝혔다. 여성(2%)보다 남성(5%)이, 연령별로는 20대(6%)·30대(5%)·40~50대(4%) 등 젊은 층이 더 선호했다. 또 금연 의향이 있는 흡연자(19%)가 금연 의향이 없는 흡연자(10%)보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더 많이 피우고,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72%가 일반 담배도 함께 피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커스틴 쇼트(Schotte) 세계보건기구(WHO) 박사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유해성이 덜하다는 어떤 구체적 근거도 없는 상태이며, '금연 보조제'로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반 담배는 물론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다양한 향을 첨가하는 것을 금하도록 하는 정부안을 내년 6월까지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련 개정안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르면 내년 6월부터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일반 담배와 같은 경고 그림이 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