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여성 의원이 아이를 안고 회의에 참석하려다 동료 의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결국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일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일본 사회에선 여성의 일·육아 병립 문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지난 22일 구마모토(熊本) 시의회 오가타 유카(緖方夕佳·42) 의원은 생후 7개월 된 아들을 안은 채 본회의에 참석했다. 이에 동료 의원들은 의회에서 퇴장하라고 요구했으나, 오가타 의원은 자리를 지켰다.

이에 시의회 의장과 운영위원회 위원들은 회의를 열고, 본회의에는 의원만 입장할 수 있다는 규정 하에 아이의 퇴장을 요구했다. 구마모토 시의회에는 '의원 이외는 방청인으로 한다', '방청인은 어떠한 이유가 있더라도 의회 회의장에 들어올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 결국 오가타 의원은 아이를 회의장 밖에 있던 친구에게 맡겼고, 본회의는 예정보다 40분 가량 늦게 시작됐다.

초선인 오가타 의원은 임신 중이던 지난해부터 아기를 데리고 회의장에 들어갈 수 있는지 의회 사무국에 문의했지만, 긍정적인 답변이 나오지 않자 이날 '아기 동반 등원'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가타 의원은 "육아 세대를 대표해 아이와 함께 의회에 참석해 발언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자고 주장하고 싶었다"며 "육아 여성도 활약할 수 있는 시의회가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도쿄신문은 오가타 의원의 시도가 결국 실패로 끝났지만, 일과 육아의 병립이라는 과제에 대한 논의가 일본 사회에서 활발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여성의 정치 참여를 쉽게 하도록 제도나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구권 국가에서는 여성 의원이 아이를 데리고 의회에 참석하는 사례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호주 상원은 지난해부터 여성 의원이 회의에서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고, 최근 한 여성 의원이 처음으로 생후 11주 된 아이를 안고 회의장에 들어와 수유를 했다. 뉴질랜드 의회 역시 이달 규정을 바꿔 여성 의원 2명이 회의장에 아이를 데리고 들어와 수유했다.

오가타 의원이 겪은 해프닝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최근 '여성이 활약하는 사회'를 주요 과제로 내건 만큼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3일 도쿄에서 열린 '국제여성회의(WAW) 2017'에 참석해 "일본이 세계에서 여성활약의 기치를 높이 들어 강한 지도력을 발휘해 갈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