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안정적 에너지 수급을 위해 원자력발전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해야 합니다."
미국 오바마 정부에서 초대 에너지부 장관을 지낸 스티븐 추(69)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는 23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미래 에너지 포럼'에 참석해 한국 정부의 탈(脫)원전 기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라"는 고언을 던졌다.
추 교수는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을 보더라도, 원전을 포기한다고 해서 에너지 효율이 갑자기 올라가지 않을뿐더러 화석 연료 비중이 늘어 미세 먼지와 이산화탄소 배출만 늘어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 국민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게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추 교수는 이날 대전과 서울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과학 정책'을 주제로 강연한 뒤 국내 전문가들과 대담했다.
중국계 미국인 스티븐 추 교수는 에너지 및 기후변화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1997년 레이저를 이용해 원자를 냉각·분리하는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는 신재생에너지와 더불어 친환경·저탄소 에너지인 원자력발전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2009~2013년 미국 에너지부 장관을 지내면서 기존 상용 원전의 10분의 1 규모인 소형 원자로 개발을 국가 정책에 포함해 미국 원전 산업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스탠퍼드대에서 원전 연료인 우라늄을 육지뿐 아니라 바닷물에서도 추출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추 교수는 "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가 중심이 돼야겠지만, 대안 없이 확대하면 결국 다시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를 태워야 하고 공기 오염만 심해진다"고 했다. "한국이 최근 '신재생에너지 아니면 원자력'이라는 이분법에 갇혀 국가 에너지 정책을 정치 문제로 해결하려 하는데, 이는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은 땅이 넓어서 태양열과 풍력을 이용하기에 최적이지만 한국, 일본 등은 재생에너지가 풍족하지 않다"고 했다. "연중 초속 10m 이상 바람이 불어야 풍력에너지 발전이 가능하다"며 "한국은 최남단인 제주도의 풍속이 초속 8m를 넘지 않고 태양 일조량도 중동 국가와 비교하면 낮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런 환경적 요인을 감안하면) 신재생에너지와 원전을 병행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추 교수는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설치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도 "원자력발전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핵연료 폐기물에 대해 우려하지만, 이는 과학적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한 부분"이라며 "한국은 세계 원전 산업을 이끌고 있는 국가로, 원전의 안전성도 꾸준히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