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부패 혐의로 체포된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들과 억만장자 기업인들이 거꾸로 매달려 미국 용병 회사에 의해 고문 당하고 있다고, 영국의 데일리 메일이 사우디 내 소식통을 인용해 23일 단독 보도했다.
전제 왕정 사우디에선 올해 32세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주도로 지난 4일부터 11명의 왕자, 24명의 전·현직 장관들과 기업인 등 200명가량이 체포됐다. 이 중에는 170억 달러의 재산으로 사우디 최대 부호로 알려진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로 포함됐다.
알왈리드 왕자는 작년 5월 두바이 3배 규모의 초대형 신도시 건설 사업인 ‘제다 프로젝트’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방한하기도 했고, 트위터와 시티그룹, 디즈니 등에 투자해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데일리메일은 모하메드 왕세자가 왕자들에게 평소 예의를 갖추는 자국 보안군을 신뢰할 수 없어 미국 용병회사인 ‘아카데미(Acamedi)’의 병력을 고용했으며, 이 미국 용병이 왕자들을 거꾸로 매달아 때리고 욕하고 고문해서 이들의 인격을 완전히 무너뜨리려 한다고 보도했다. ‘아카데미’는 이라크 전쟁 때 이라크인 포로들을 상대로 인권유린·학대를 자행해 논란이 됐던 ‘블랙워터’의 후신(後身)이다.
이 고문 대상에는 최대 갑부 알왈리드 왕자도 예의는 아니며, ‘공포 정치’를 통해 자신의 권위를 세우려는 모하메드 왕세자가 알왈리드를 비롯한 다른 왕자들을 거꾸로 매달아 고문함으로써 국내외에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데일리 메일에 전했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이들 부패 혐의자들로부터 모두 1940억 달러의 은행 금융자산과 재산을 압수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그러나 ‘아카데미’ 측 대변인은 자사 용병이 사우디에 존재하는 것 자체를 부인하며, “미국 시민이 세계 어느 곳에서든 고문을 저지르는 것은 불법”이라며 이번 사우디 왕자의 난에 자신들이 개입한 일이 없다고 반박했다.
데일리메일은 현재 이 ‘부패’ 왕자들과 정부관리, 기업인들은 수도 리야드의 리츠칼튼호텔 대연회장에 감금돼 있으며, 이 호텔의 외부는 사우디 보안군 탱크들이 지키지만 내부는 이미 민간용병회사 병력이 운영한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의 소식통은 데일리메일에 “왕세자는 현재 사우디왕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외국 정부 관리들의 네트워크를 파헤치고 있으며, 일부 신문(訊問)은 직접 한다”며 “왕세자는 부드럽게 신문하지만, 이후에 미국 용병이 들어와서 따귀를 때리고 욕하고 매달아 고문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평소 사우디 내부 정보에 밝은 것으로 알려진 한 트위터는 모하메드 왕세자가 최소 150명의 블랙워터 용병을 고용했으며, 지난 6월 당시 왕세자였던 고령의 사촌 빈 나예프 왕자로부터 후계자 직을 뺏어낸 뒤 이들 용병을 나예프의 거주지를 감시하고 자신을 보호하는 데 투입했다고 주장했다.
최대 부호인 알왈리드 왕자의 전격 체포와 관련, 데일리메일은 모하메드 왕세자가 자신의 알 야마마궁으로 알왈리드를 초청해 안심시키고 오전 2시45분쯤 그의 경호원들을 무장해제 하고 잠옷 차림으로 수갑이 차여 침대에서 끌어내 범죄자처럼 SUV 차량에 태웠다고 보도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도 지난 20일, 수도 리야드의 한 병원 의사와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17명의 구금자는 학대를 받아 치료가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현재의 부패 척결 드라이브는 살만 왕의 승인 아래 이뤄지는 것이지만, 모하메드 왕세자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이 된 모하메드 왕세자에 대해, 미 국무부의 한 관리는 뉴욕타임스에 “어떤 결과를 초래하리라는 것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무모하게 행동한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