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크트야코프파르크(스위스 바젤)=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성(聖)야곱의 성(城)은 기쁨으로 가득했다. 다들 축배를 들면서 역사적인 승리를 기념했다. 그 시각 패배한 팀의 취재진들은 '경우의 수'를 따졌다.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22일 밤(현지시각) FC바젤과 맨유의 2017~2018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A조 조별리그 5차전 경기 가 열린 스위스 바젤 장크트야코프파르크의 경기 직후 모습이었다.
사실 바젤 팬들은 이날 경기 결과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맨유보다 열세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바젤은 올드트래퍼드에서 열린 원정경기에서 0대3으로 졌다. 이들의 관심은 스타들이었다. UCL이 아니면 맨유의 스타 선수들을 직접 보기가 힘들다.
경기 시작 전 바젤 팬들은 핸드폰부터 들었다. 맨유의 스타 선수들을 찍기 위해서였다. 몸을 풀고 있는 폴 포그바를 비롯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로멜로 루카쿠 등 유명 선수들을 찍기 바빴다. 이브라히모비치가 볼리프팅을 선보이자 엄청난 박수를 보내주기도 했다. 경기 중 포그바가 멋진 개인기를 선보였다. 바젤 팬들도 큰 박수를 보냈다. 포그바가 교체아웃되자 홈팀 선수들보다 더 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몸을 풀러 나오자 역시 박수가 터져나왔다. 맨유가 승리할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후반 30분 바뀌었다. 2선에서 세레이 디에가 중거리슛을 때렸다. 맨유 로메로 골키퍼가 겨우 막아냈다. 슈팅이 터진 시점이 중요했다. 바로 직전 맨유는 이브라히모비치를 집어넣었다. 분위기가 맨유 쪽으로 넘어가려는 찰나였다. 바젤 선수들도 이브라히모비치를 의식해 라인을 끌어내렸다. 흐름이 넘어가려는 찰나 세레이 디에가 날카로운 중거리슈팅을 쏘았다. 흐름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세레이 디에는 이 슈팅을 때린 뒤 교체아웃됐다. 바젤 팬들과 선수들은 세레이 디에의 투혼에 박수를 보냈다. 동시에 자신들도 투혼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15분 후 바젤은 결승골을 뽑아냈다.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랑이 그대로 골로 연결했다. 바젤의 선수들과 팬들 모두 너무나 좋아했다. 거함 맨유를 잡을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다. 더 크게 응원하고 더 많이 뛰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려퍼졌다. 장크트야코프파르크는 축제장으로 변했다. 관중들은 바젤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선수들은 경기장을 한 바퀴 돌며 감사를 보냈다. 그리고 서포터들과 마주했다. 서포터들의 노래에 맞춰 춤을 췄다. 서로를 바라보며 만세 삼창도 외쳤다. 선수들은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팬들은 집에 가지 않았다. 경기장 내 펍에서 맥주를 마시며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그 시각 미디어센터는 영국 기자들이 모여있었다. 맨유의 16강 진출 경우의 수에 대해 정리하고 있었다. 스스로도 머리가 아픈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이가 많았다. 다들 정리하기가 어렵다는 표정이엇다. 유럽축구연맹(UEFA)의 설명을 기다리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경기장 바깥에서는 맨유팬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대부분 경기가 끝나자마자 바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나가면서 맨유의 유니폼을 벗은 팬들도 많았다.
이날의 주인공은 바젤. 바로 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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