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적폐 청산' 기구가 20일 과거 세무조사를 점검한 결과,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실시한 5건의 세무조사가 조사권 남용 등 중대한 위반이 의심된다고 발표했다. 1997년 이후 세무조사 중 국회나 언론에서 논란이 된 62건에 대해 점검했다고 한다.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 후원자였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겨냥한 2건의 세무조사를 조사권 남용과 세무조사 공정성을 위배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촛불시위 참여 연예인 소속 기획사에 대한 세무조사, 최순실 국정 농단 과정에서 청와대 압력으로 세무조사를 당했다고 주장한 컨설팅업체 2곳에 대한 세무조사도 포함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의 충견(忠犬)이 돼 반대쪽을 공격하는 일은 주로 검찰과 국세청이 해왔다. 근래에는 공정거래위도 동원되곤 한다. 노 전 대통령의 자살로 이어진 태광실업 세무조사 역시 정치적 조사 중의 하나다.
그런데 어이없는 것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언론사 세무조사는 문제없었다고 밝힌 것이다. 2001년 언론사 23곳에 대한 세무조사가 청와대가 기획한 정치 세무조사였다는 정황은 차고 넘친다. 당시 3년 가까이 청와대를 출입했던 기자가 펴낸 책에 따르면 1998년 청와대 수석비서관은 '두 신문은 당장 작살내겠다. 다른 한 군데도 두세 달 내에 그냥 안 둔다' '국세청 상속세로 뒤집어 버리겠다'고 했다. 세무조사로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얘기다. 2001년 1월에는 청와대 수석이 '언론사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결국 김대중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언론 개혁' 필요성을 말하자 국세청은 400여 명의 조사 직원을 투입해 세무조사를 했다. 당시 권력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 대북 정책을 비판하는 언론에 대해 회유하다 안 되자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라는 칼을 들이댔다. 아마도 역대 최대의 정치 세무조사였을 것이다.
세무조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일은 끝나야 한다. 그러나 검찰을 이용한 보복처럼 정권마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반복된다. 권력 측이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으론 앞으로 검찰 수사 외에 정치 세무조사나 공정위를 동원한 조사도 곧 벌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