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제훈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자

이 부장은 아내와 아이를 캐나다에 보내고 혼자 지내는 기러기 아빠다. 그는 회사를 다니면서 단조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몸이 불편해 병원에 가는데, 그때 그는 혼자서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아주 발칙하고 기묘한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리고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임성순 소설가의 장편 '자기 개발의 정석'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학생 시절 아버지가 선물로 책 한 권을 주셨다. 거기에 성공하는 사람들의 '비밀'이 담겨 있었다. 아마도 아버지는 내가 성공하길 바라셨으리라. 하지만 나는 책을 읽은 후 확신했다. '아, 나는 성공할 수 없겠구나.' 성공한 사람들은 정말 대단했다. 신념, 용기, 노력, 끈기…. 좋은 건 모두 지니고 있었다. 성공하기 위해 해야 하는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산책, 명상, 운동…. 나는 그중 무엇 하나라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았고, 노력하더라도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을 것 같았다.

요즘은 주춤한 것 같지만 한때 자기 개발서가 굉장히 유행한 적이 있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였으리라.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같은 성공의 정석 따위가 있을 리 없다. 사람마다 환경과 개성과 취향이 다르기에 그 방법도 서로 다를 것이다. 밤이 편한 사람이 아침형 인간이 되려고 일찍 일어나봐야 온종일 피곤하기만 하지 않을까. 어쩌면 다른 사람이 제시하는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천천히 해나가는 게 진정한 '자기 개발의 정석'일지 모르겠다.